[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크래프톤(259960)이 '지스타 2024'에 선보일 게임 중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인조이'도, 호주 게임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딩컴 투게더'도 아닙니다.
펍지 스튜디오의 15명 규모 '아크'팀이 1년째 제작중인 5대5 PvP(플레이어 간 전투) PC 슈터 게임 '프로젝트 아크(가칭)'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크에 대해 기대가 모이는 것은 크래프톤이 '배틀 그라운드(배그)'로 슈터(총싸움) 게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아크가 배그의 명성을 이어갈 후속작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인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해본 아크는 개발진이 '제작 초기 단계'임을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고민할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크래프톤이 '지스타 2024'에 선보일 '프로젝트 아크'. (이미지=크래프톤)
자세만 빠른 달리기
아크의 장르는 총 쏘고 수류탄 던지는 슈터입니다.
하지만 시점은 일인칭(FPS)도 삼인칭(TPS)도 아닌,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톱 다운 뷰입니다.
그렇다고 바둑 게임이나 초창기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처럼 완전 톱 다운은 아니고요.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쿼터뷰 시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조망하는 톱 다운 슈터가 어떻게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걸까요. 앞서 크래프톤은 2021년에도 같은 시점의 슈터 게임 '썬더 티어 원'을 내놨는데요. 이 게임은 인공지능 부대원을 이끌고 스토리 모드를 하는 PvE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톱 다운 시점은 목표물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해 실행에 옮기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그에 반해 아크는 철저히 사람끼리 맞붙는 PvP 게임입니다.
썬더 티어 원이나 싱글 플레이 게임 '스페이스 마셜'과는 접근법이 달라야 합니다.
이에 제작진은 캐릭터의 시야를 제한했습니다.
캐릭터의 정면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만 적을 볼 수 있는, 부채꼴 모양의 시야각 표현이 고민의 결과입니다.
이는 스페인 파이로 스튜디오의 1998년작 '코만도스' 1편부터 익숙하게 봐 왔던 부채꼴 모양의 시야 표현을 응용한 걸로 보이는데요. 코만도스에선 이 부채꼴 모양의 시야각이 나치 독일군에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영국 특수부대인 아군이 독일군 시야를 피해 잠입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프로젝트 아크에선 게이머 자신의 캐릭터에 부채꼴 시야각이 적용돼, FPS나 TPS 게임에서처럼 캐릭터가 볼 수 있는 영역에 한계를 뒀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시야를 같은 편 다섯 명이 공유하며 적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니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 아크 실행 화면. (이미지=크래프톤)
하지만 이같은 장치에도 불구, 상대편과 싸우는 내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긴장감을 늦추는 첫번째 이유는 캐릭터의 달리기 자세와 이동 속도의 불일치입니다.
처음 게임을 켜 캐릭터를 움직이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무릎도 굽히며 지축을 박차는 시늉을 하는데요. 커다란 동작에 비해 속도는 느려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작진은 최적의 속도를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캐릭터는 그 속도에 맞춰 가볍게 달리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둘째는 제한된 시야가 주는 불편함입니다.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좋지만, 캐릭터가 문을 통과했을 때 마주치는 장애물에 몸이 끼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죠. 저는 병원 건물에서 방어전을 치르기 위해 문을 통과했는데요. 그 앞에 양 옆으로 펼쳐진 접수대에 걸려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TPS나 FPS는 사물이 전방에 보이므로 장애물에 대처하기 쉬운데요. 톱 다운 뷰 게임인 아크는 적어도 문 너머에 있는 사물의 외곽선을 표시해줘야 시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아크 개발을 이끌고 있는 양승명 PD(팀장)는 "부술 수 있는 문이 톱 뷰에서 잘 인지되지 않는다든지, 숙여서 지나갈 수 있는 곳도 잘 인지가 안 된다는 부분을 당연히 알고 있다"며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은 이 게임을 개발한 지 1년밖에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지=크래프톤)
창문 넘기 동작 "우선순위 밀려"
셋째는 시대에 맞는 이동 기능이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아크는 주로 문과 창문을 오가며 상대의 뒤를 노리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창문 한가운데를 조금만 벗어나 점프해도 창틀 가장자리에 걸려 미끄러지기만 합니다.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선 창틀 앞에서 점프할 경우, 캐릭터가 손으로 창틀을 짚고 넘어가는 기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제작진 생각은 다르다고 합니다.
양 PD는 이 기본적인 기능을, 특별히 고려해야 할 별개의 '파쿠르' 요소로 지칭하며 도입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양 PD는 "파쿠르라는 걸 만들려면 굉장히 많은 모션을 또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우선순위가 밀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발 순서상 점프로 충분한 상태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파쿠르 같은 개념은 들어간다고 확답할 수 없지만 고려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5대5 대결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내 캐릭터가 다른 팀원보다 먼저 쓰러지면, 남은 싸움을 다른 캐릭터들의 시점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정신없이 싸우느라 돌려대는 화면을 그대로 보자니 눈이 팽글팽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지도를 켜서 승부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요.
양 PD는 "추후 해결할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아크팀은 3차원 총알 궤적 구현과 배틀그라운드 무기 도입 등으로 게임의 매력을 늘려, 2025년 상반기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범종 기자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인조이'도, 호주 게임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딩컴 투게더'도 아닙니다.
펍지 스튜디오의 15명 규모 '아크'팀이 1년째 제작중인 5대5 PvP(플레이어 간 전투) PC 슈터 게임 '프로젝트 아크(가칭)'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크에 대해 기대가 모이는 것은 크래프톤이 '배틀 그라운드(배그)'로 슈터(총싸움) 게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아크가 배그의 명성을 이어갈 후속작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인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해본 아크는 개발진이 '제작 초기 단계'임을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고민할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크래프톤이 '지스타 2024'에 선보일 '프로젝트 아크'. (이미지=크래프톤)
자세만 빠른 달리기
아크의 장르는 총 쏘고 수류탄 던지는 슈터입니다.
하지만 시점은 일인칭(FPS)도 삼인칭(TPS)도 아닌,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톱 다운 뷰입니다.
그렇다고 바둑 게임이나 초창기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처럼 완전 톱 다운은 아니고요.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쿼터뷰 시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조망하는 톱 다운 슈터가 어떻게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걸까요. 앞서 크래프톤은 2021년에도 같은 시점의 슈터 게임 '썬더 티어 원'을 내놨는데요. 이 게임은 인공지능 부대원을 이끌고 스토리 모드를 하는 PvE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톱 다운 시점은 목표물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해 실행에 옮기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그에 반해 아크는 철저히 사람끼리 맞붙는 PvP 게임입니다.
썬더 티어 원이나 싱글 플레이 게임 '스페이스 마셜'과는 접근법이 달라야 합니다.
이에 제작진은 캐릭터의 시야를 제한했습니다.
캐릭터의 정면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만 적을 볼 수 있는, 부채꼴 모양의 시야각 표현이 고민의 결과입니다.
이는 스페인 파이로 스튜디오의 1998년작 '코만도스' 1편부터 익숙하게 봐 왔던 부채꼴 모양의 시야 표현을 응용한 걸로 보이는데요. 코만도스에선 이 부채꼴 모양의 시야각이 나치 독일군에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영국 특수부대인 아군이 독일군 시야를 피해 잠입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프로젝트 아크에선 게이머 자신의 캐릭터에 부채꼴 시야각이 적용돼, FPS나 TPS 게임에서처럼 캐릭터가 볼 수 있는 영역에 한계를 뒀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시야를 같은 편 다섯 명이 공유하며 적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니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 아크 실행 화면. (이미지=크래프톤)
하지만 이같은 장치에도 불구, 상대편과 싸우는 내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긴장감을 늦추는 첫번째 이유는 캐릭터의 달리기 자세와 이동 속도의 불일치입니다.
처음 게임을 켜 캐릭터를 움직이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무릎도 굽히며 지축을 박차는 시늉을 하는데요. 커다란 동작에 비해 속도는 느려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작진은 최적의 속도를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캐릭터는 그 속도에 맞춰 가볍게 달리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둘째는 제한된 시야가 주는 불편함입니다.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좋지만, 캐릭터가 문을 통과했을 때 마주치는 장애물에 몸이 끼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죠. 저는 병원 건물에서 방어전을 치르기 위해 문을 통과했는데요. 그 앞에 양 옆으로 펼쳐진 접수대에 걸려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TPS나 FPS는 사물이 전방에 보이므로 장애물에 대처하기 쉬운데요. 톱 다운 뷰 게임인 아크는 적어도 문 너머에 있는 사물의 외곽선을 표시해줘야 시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아크 개발을 이끌고 있는 양승명 PD(팀장)는 "부술 수 있는 문이 톱 뷰에서 잘 인지되지 않는다든지, 숙여서 지나갈 수 있는 곳도 잘 인지가 안 된다는 부분을 당연히 알고 있다"며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은 이 게임을 개발한 지 1년밖에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지=크래프톤)
창문 넘기 동작 "우선순위 밀려"
셋째는 시대에 맞는 이동 기능이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아크는 주로 문과 창문을 오가며 상대의 뒤를 노리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창문 한가운데를 조금만 벗어나 점프해도 창틀 가장자리에 걸려 미끄러지기만 합니다.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선 창틀 앞에서 점프할 경우, 캐릭터가 손으로 창틀을 짚고 넘어가는 기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제작진 생각은 다르다고 합니다.
양 PD는 이 기본적인 기능을, 특별히 고려해야 할 별개의 '파쿠르' 요소로 지칭하며 도입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양 PD는 "파쿠르라는 걸 만들려면 굉장히 많은 모션을 또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우선순위가 밀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발 순서상 점프로 충분한 상태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파쿠르 같은 개념은 들어간다고 확답할 수 없지만 고려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5대5 대결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내 캐릭터가 다른 팀원보다 먼저 쓰러지면, 남은 싸움을 다른 캐릭터들의 시점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정신없이 싸우느라 돌려대는 화면을 그대로 보자니 눈이 팽글팽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지도를 켜서 승부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요.
양 PD는 "추후 해결할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아크팀은 3차원 총알 궤적 구현과 배틀그라운드 무기 도입 등으로 게임의 매력을 늘려, 2025년 상반기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