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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시론)'반반 대선'과 윤석열의 승자식독(毒)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씨의 강성 지지층은 득표율 51.55%를 굳이 반올림해 "5.16이 51.6으로 돌아왔다"고 환호했다.

1987년 이래 최다 득표율이자 유일한 과반 득표율이었다.

박근혜는 제1호 파면 대통령이 됐다.

12월 14일 직무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의 대선 득표율(48.56%)도 높은 편이다.

노무현(48.91%), 이명박(48.67%)과 별 차이 없는 역대 4위다.

2위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직무 정지를 경험한 것은 같다.

 

이들은 다 '반반(50 대 50)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그들에게 석패한 2위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6.58%(이회창), 48.02%(문재인), 47.83%(이재명)이다.

반반 대선의 주기도 보인다.

노무현은 2002년, 박근혜는 2012년, 윤석열은 2022년에 당선됐다.

반반 구도는 다자 구도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했다가 10년만에 다시 찾아온다.

반반 대선만 돌아오면 괜찮을 수 있지만 2012년에 이어 2022년 대선도 파면당해 마땅할 대통령을 배출하고 말았다.

 

'반반 대선'이 대통령 직무 정지 내지 파면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이 대선들은 양대 진영으로의 결집이 뜨겁게 일어난 선거였다.

다자 구도에서는 유권자 개인이 미움을 몰아줄 후보가 한둘 있다고 해도 전체 구도의 일각일 뿐이다.

호감 가는 후보가 둘 이상일 수도 있다.

반면 양자 구도는 지지 후보의 라이벌에게 적개심을 갖게 만든다.

그게 꼭 후보로 나온 정치인의 책임은 아니다.

평소 그 후보의 소속 정당을 미워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후보의 면면을 떠나 이미 정당과 정당 체제가 적대 감정을 두텁게 조성했다.

노무현의 경우 두루 호감을 받는 정치인이었고 민주당 경선 도중 가상 대결 지지율이 60%를 넘었지만, 막상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자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비호감을 부풀리고 그에게 집중 투하했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취임 직후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둘 다 주류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지만(박정희의 딸과 전직 검찰총장), 애초 유권자 절반이 돌아앉아 있던 탓이 크다.

2022년 대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이 지지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약 50% 득표를 한 가운데 지지자의 반쯤이 그에게 비호감을 가졌으니 윤석열의 12.3 이전 고정 지지층은 약 25%라 추정할 수 있다.

그가 진작부터 닿았던 지점이기도 하다.

 

당연히 높은 득표율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게 자기 고유의 것이라 의기양양하면 몰락을 앞당긴다.

반반 구도에서 억지로 자신을 찍은 국민은 '멤버 yuji'에 순순하지 않다.

반면 반대층은 훨씬 마음 편하게 집결하거나 확장된다.

이런 이치도 모른다면 정치인 자질이 없다.

특히 윤석열은 지지층 결집에만 사활을 거는 데 역대 최강이었다.

12.3 사태가 없었다 해도 붕괴했을 것이다.

대통령제나 소선거구제를 핑계로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실은 승자가 독을 마시는 '승자식독(毒)'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편이 갖지 못한 표는 한데 뭉쳐있기보다 흩어지는 게 낫다.

그러려면 자신 또한 독과점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51 대 49'과 '40 대 30 대 그 밖의 총 30' 중 택일하라면? 이겨도 역전당할 것인가, 나누고 오래 잡을 것인가. 무능력자는 양자 구도를 강제(당)하고 실력자는 다자 구도를 활용한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newstomato.com |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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