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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예산마저 '정쟁화'…경제 발목 잡는 정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감액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정부 입장 합동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정쟁에 사로잡혔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한 감액 예산안이 지난 2일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제동이 걸렸는데요. 민주당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을 밝힌 상황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예산 감액안'부터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놓고 정쟁하는 것은 정치가 경제에 발목을 잡는 것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기재부도 산업부도 '예산 삭감' 반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합동브리핑에 이어 또 한 번 야당의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3일 박성택 1차관은 "내년도 산업부 예산안이 11조4336억원으로 지난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 대비 675억원이 감액됐다"며 "이번 사안을 대통령실에서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액된 비용 중 가장 큰 금액은 497억원으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를 위한 예산입니다.

 

 

최근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 등과 용인·평택 등에 있는 메가클러스터 사업에 필요한 국가 전략산업 지원 예산도 검토·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로 인해 전 국민이 바라보고 있는 '대왕고래' 시추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또 19조6000억원의 부채를 가진 석유공사의 자본잠식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에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었는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으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에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삭감된 예산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등 사업 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779억원과 민생 경제를 위한 지원금도 삭감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감액 예산 상정과 검사·감사원장 탄핵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공의 지원예산 931억원도 삭감"

 

여당인 국민의힘도 가세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2조를 증액하기 위한 정부여당 겁박용 꼼수"라며 "민주당이 당초 정부 예산안을 '긴축 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4조를 추가 삭감해 더 긴축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장했던 확장 재정 필요성과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는 전액 삭감했지만 국회 특활비와 특경비를 감액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는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소위 심의 과정에서 세수 결손과 엄중한 경제 상황에 동참하기 위해 솔선수범해 국회 소관 특활비와 특경비 전액을 삭감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민주당은 국회의 손발이 묶인다는 이유로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원안 유지를 주장해 관철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을 조목조목 짚기도 했습니다.

먼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예산으로 931억1200만원을 삭감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아이돌봄 수당 예산 384억원 △혁신성장펀드 238억원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 83억3200억원 △청년 일경험 예산 46억원 △취약계층 아동 자산 형성 지원사업 21억원 등도 삭감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이 밖에도 △바이오 분야 50억원 △글로벌 TOP 연구단 313억원 △개인기초연구 56억원 등 R&D 관련 예산도 깎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예산 삭감하고 추경?…이치에 맞지 않다"

 

반면 민주당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 오라"며 "총 감액 규모 4조1000억원은 정부예산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고 감액분의 절반 이상이 사용처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2조400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감액분이 가장 컸던 예비비 삭감은 코로나19 이후에 평균 1조5000억원이 사용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이 사용됐는데, 이중 일부는 대통령 순방비 등으로 쓰였기 때문에 예비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이자비용은 그동안 정부가 세수 예측에 실패하며 이를 메우기 위해 기금을 쓰고 그 대가로 이자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며 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민생 관련 예산 중 청년금융사업인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269억원을 깎았는데, 지난 15개월 동안 집행된 자금은 40% 정도로 호응이 낮았다는 이유입니다.

또 국민의힘에서 R&D 예산 삭감을 지적한 것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국내 기반이 무너졌다"며 "그런데 정부는 글로벌 파트를 지원한다며 예산안을 올려 이 부분을 삭감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당연히 경제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동안 정부가 불용예산을 마음껏 활용해 사실상 예산안을 백지화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생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한 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했는데, 이는 백지화보다 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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