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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신한은행 업계 최초 AI점포…실상은 직원 없으면 마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금융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AI 브랜치'를 선보였습니다.

은행권 점포 감축이 지속되면서 금융 접근성 훼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체 수단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점포를 대체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AI기기, 은행원 대체 역부족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선보였습니다.

이 점포는 현재 활용 가능한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한 곳인데요. 가상의 'AI 은행원'이 상당수 금융 업무를 실제 직원을 대신해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입니다.

 

지난 2일 해당 점포를 방문해보니 가장 먼저 'AI 은행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면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대고 원하는 업무 용건을 말하면 AI 은행원이 번호표를 발급해 줍니다.

안내 받은 AI 창구에서는 입출금·예금·적금 신규, 증명서 발급, 통장 거래내역 출력, 체크카드 재발급 등 기존 입출금 창구에서 주로 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AI창구 내에서 간단한 업무들을 실제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 업무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사람을 대신해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해 보였습니다.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절차에 어려움을 느끼며 점포 상주 직원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번호표를 발급 받는 과정에도 상주 은행원이 고객에게 안내를 돕고 있습니다.

고객 번호가 불릴 때도 상주 직원이 고객에게 몇 번인지 물어보고 안내해주며, AI창구 내에 들어갔을 때도 직원이 고객 옆에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AI가 은행원 역할을 대신한다고는 하나 대출이나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대면 상담이 필요한 업무는 아직 수행하지 못합니다.

대출 등의 업무를 원하는 고객은 AI창구 뒤쪽에 있는 실제 은행원들과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AI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거나 다른 고객이 이용 중인 창구로 안내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질문 의도와 맞지 않거나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주 직원들은 곧바로 해당 문제들을 처리하고 안내를 도왔지만 고객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체크카드 재발급 업무의 경우 AI창구를 통해 진행하면 추후 택배 등을 통해 수령하는 반면, 직원 창구에서는 실물 카드를 바로 받을 수 있는데요. 고객들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재발급 업무를 수행한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8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에 ‘AI와 사람의 공존’을 콘셉트로 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오픈했다.

(사진= 뉴스토마토)

 

설익은 대체점포 대책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기본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접근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AI 브랜치에서 만난 한 이용자는 "기기 오류가 많고 익숙하지 않아 젊은층도 이용하기 쉽지 않은데 어르신들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브랜치에도 당분간 상주 은행원을 함께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텔러 업무 가운데 약 84%가 단순 업무이므로 AI 브랜치가 텔러 업무의 80% 이상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AI 브랜치가 상담부터 업무까지 완벽히 구현한 항목은 총 22개입니다.

신한은행은 AI 브랜치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이르면 내년 대출 상담, 기업 업무 등까지 AI 행원의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권 점포 감축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훼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AI 점포 등 은행권 등 점포 운영전략 다변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대체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디지털데스크·키오스크·ATM 등 디지털 기기로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BNK부산은행의 경우 화상상담창구와 스마트텔러머신(STM) 기반의 미래형 점포 '디지털 플레이스'를 운영 중입니다.

다만 디지털 기반의 무인점포가 오프라인 점포를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I 브랜치’에서 만날 수 있는 ‘AI 은행원’에는 대형언어모델이 반영된 ‘생성형 AI’가 적용돼 있다.

사진은 기자는 대기번호 8024번이지만 오류로 인해 8023번이 불린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newstomato.com |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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