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돼 가슴을 쓸어내렸네요. 하지만 다행인 소식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찮을 텐데, 가시밭길이 예고된 지금부터가 문제네요."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불법 비상계엄'은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계엄 선포를 내렸지만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가결하는 등 군사 정권에서나 볼법한 황망한 광경에 밤잠을 설친 국민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번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한 논란 및 논의는 앞으로도 긴박히 이어지겠지만, 윤 대통령이 초법적 수단을 통한 국가 권력을 남발한 데 대해서는 정치적·법리적·사회적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된 만큼 이에 대한 단죄 역시 빠른 시일 내로 윤곽이 잡힐 전망입니다.
이렇듯 불법계엄 자체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번 계엄이 우리나라의 정치는 물론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너무 크고, 이에 따른 피해는 국민 개개인이 오롯이 입어야 하는 까닭인데요.
일단 국격 추락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불법계엄 소식은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을 통해 타진됐는데요.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자체에 주목하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입니다.
계엄군이 국회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시민들과 충돌하는 후진적 정쟁 국가들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전파됐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특히 이번 불법 계엄은 국가 브랜드 가치는 올리기는 어려워도 낮아지기는 쉽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될 전망인데요. 이번 계엄 선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콘텐츠'의 점진적 전파와 함께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며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수순을 밟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만.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 같은 훌륭한 국가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데는 단 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 하락도 치명적입니다.
향후 외국인 및 기관들의 '셀 코리아' 움직임 가속화가 불가피한 탓이죠.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급등하며 3일 11시 50분경 1446.5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게다가 계엄령 후폭풍으로 코스피·코스닥은 4일 약세를 이어갔고, 외국인들은 줄곧 '팔자'를 유지하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외환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가 원수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본 외국인들이 이를 신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무런 죄 없는 국민들입니다.
이미 고물가·고환율·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내수 시장이 침체될 대로 침체된 상황에 국민들은 더없이 팍팍한 삶을 이어나가는 실정인데요. 이번 불법 계엄은 자유, 안전은 물론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며 국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이 우리 역사에 또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더욱 짙은 암운이 드리워지면서, 국민들이 각자 도생 모드를 강화해야 하는 현실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