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치킨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AI가 발생하면 산란계 농장 닭의 대량 살처분이 이뤄지고, 이로 인한 닭고기 가격의 상방 압력이 커지기 마련인데요. 문제는 연초부터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인데, AI의 확산 시기는 작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AI 발생을 돌발 변수로 치부하지 않고 업계가 대비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8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국내산 육계의 1㎏ 당 평균 가격은 5754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5423원과 비교해 6.1% 상승한 수치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고병원성 AI 가금 농장 첫 발생일은 지난해 10월 29일로, 전년 겨울 첫 발생일인 12월 3일보다도 1개월 이상 빨리 발생했습니다.
이후 올 겨울철 전국 가금 농장 20여곳에서 고병원 AI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에 농식품부는 AI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현재 기준 AI 발생으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수는 누적 135만마리로 집계됐습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재 살처분 수가 전체 산란계(8120만마리) 사육 마리의 1.66%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만, 앞으로도 수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치킨업계는 급속도로 확산하는 AI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산란계 살처분 수가 증가할수록 생닭 공급이 감소하고, 이는 곧 닭고기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닭 가격이 인상할 경우 업체 입장에서는 치킨 가격을 자연스레 높이기 마련인데요.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인 것이 문제라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경기 침체 속에 치킨 가격이 3만원을 웃도는 시대가 되면서, 추후 가격을 높일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여론이 악화하기 쉬운 점도 업계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인데요.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란계 농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AI 확산 속도가 빨라져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닭 공급 감소는 사실 가격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현재 시국이 워낙 좋지 않아 고민이 많다.
AI 확산세가 멈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확산은 닭의 대량 살처분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닭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AI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가 이를 더 이상 돌발 변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달 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기 여주시 흥천면 한 산란계 농장 인근에서 방역 관계자가 차량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