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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오세훈, 버스 공공성 강화…"먹튀 '사모펀드' 돈 못벌게 하겠다"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사모펀드가) 감히 공공에서 운영하는 준공영제에서 돈을 벌어가겠다는 발상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한 마디로 돈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시청에서 열린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 기자설명회에서 사모펀드를 직격했습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자체가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입니다.

 

오 시장이 버스 준공영제 혁신을 언급하면서 사모펀드 문제를 짚은 건 사모펀드가 버스회사에 투여되는 세금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 배당금 잔치에 이어 먹튀까지 벌이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65개 회사 중 6개가 차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인수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차파트너스는 서울만 아니라 인천·대전의 버스회사들도 사들였습니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져가면서도, 해당 회사들을 되팔려는 중입니다.

준공영제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드러나자 오 시장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셈입니다.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원 방식 개편해 재정부담 완화

 

오 시장은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년을 맞아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는 우선 재정지원 구조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는 시내버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보전하는 '사후정산' 방식으로 버스회사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듬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입니다.

 

서울시는 사전확정제가 도입되면 버스회사가 수입 증대와 비용 절감을 위한 자발적 노력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통해 각종 행정비용과 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사전확정제는 2026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민간자본 과도한 수익 추구 제재

 

투기성 자본의 시장 진입을 막도록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도 마련했습니다.

지자체 재정으로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는 준공영제의 특성 탓에 시내버스 시장이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2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 기자설명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우선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의 버스시장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설립 2년 이상이 지난 곳에만 진입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시의회와 협력해 올해 안에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입니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합니다.

아울러 회사채를 발행할 때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 비용이 늘어난 경우엔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 계획입니다.

 

알짜 자산 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이른바 '먹튀'도 원천 차단키로 했습니다.

또 버스회사가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안정적·장기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최초 진입 후 5년 안에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할 때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하기로 했습니다.

이 경우 성과 이윤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서울시는 설명했습니다.

 

중복 노선 폐지…자율주행버스 등 투입

 

시내버스 노선도 전면 개편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노선을 "준공영제 시행 후 20년간 변화된 교통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교통소외 지역에 대해 배려가 부족했다"며 "전면 개편을 통해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세력권'(대세권)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와 버스조합은 노선 체계 전면개편 용역을 최근 발주했으며, 이를 통해 장거리·중복 노선을 손보고 노선 굴곡도는 완화할 계획입니다.

 

또 2층 버스는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합니다.

자율주행버스는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 청소·경비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은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사회복지시설 인근 지역에 배치합니다.

서울시는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노선 전면 개편과 사전확정제도 실시를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 시장은 "단호히 시행해서 민간자본이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들어와 헤집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저의 굳은 결심"이라며 "준공영제 20년을 맞아 재정, 공공성, 서비스 세 가지 혁신 달성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든든한 교통복지를 실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시내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newstomato.com |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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