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권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여전히 '금융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입니다.
사업주가 담보나 신용 한도를 초과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유리하지만, 경기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 권고'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적기 시정 조치(경영개선 권고·경영개선 요구·경영개선명령) 중 가장 낮은 단계 수위의 조치이긴 하나,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에 업계에 내려진 경고성 메시지이기에 긴장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과거 2011~2012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적기 시정 조치 뒤 퇴출이나 영업정지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조치가 고강도·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금융위는 6개월간 경영개선 권고 이행 기간 중이라도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되면 조치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권에선 여전히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안국·라온저축은행 외에도 업권 평균 연체율(8.7%)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11.2%)을 훌쩍 웃도는 저축은행이 여럿인 데다 저축은행 사태를 경험한 예금자들이 이번 적기 시정 조치 부과 소식에 동요해 현금을 대량 인출하는 '뱅크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섭니다.
게다가 저축은행 업권은 2015년 이후 8년간 유지하던 흑자 실적이 2023년부터 깨져 지점 폐쇄 등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뱅크런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수신 잔고 동향을 점검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느껴지는데요. 오 회장은 '자산 건전성 제고'를 2025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PF 위험에 관해 언급했죠. 그는 "2024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리스크 확대, 소비시장 경색으로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 우려 등 쉽지 않은 한 해를 경험했다"며 올해 경공매 및 공동매각 지원, 부실채권(NPL) 회사 설립 등에 힘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서민금융' 대표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 업권에 도는 긴장감, 올해는 해소될 수 있을까요. 서민금융 공급이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자본건전성과 유동성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지금, 은행권에서 소외된 중·저신용 서민들이 한계 상황에 부닥쳐 사채 시장에 내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선 저축은행 업권이 금융 최전선에서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