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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유명무실 은행 대체점포…'은행 대리업' 허용 절실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점포 폐쇄에 따라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동식 점포와 무인 디지털 점포, 공동점포 등 대안점포들도 '시장 논리'에 따라 진행되다보니 대체재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은행 점포 폐쇄 속도를 늦추는 규제를 마련하기보다는 '은행 대리업' 허용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체점포 신설 '찔끔'

 

16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점포 수가 최근 5년간 707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818개로, 2019년 말(3525개)과 비교해 20%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자동화기기(CD·ATM) 수도 5459개 줄었습니다.

 

특히 시중은행은 전체 점포의 60~70% 가량이 수도권 지역이 몰려있습니다.

그나마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은 수도권 지역 점포가 37%로 비수도권 점포 수가 더 많습니다.

수도권 지역에 점포가 몰린 것은 은행의 주 고객층인 법인고객 등이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은행 점포들도 구조정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5대 은행의 최근 5년 간 수도권 점포 수는 19% 감소했고, 비수도권 지역은 같은 기간 21% 줄었습니다.

점포 폐쇄에 따라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대표적인 대체점포로 꼽히는 은행권 공동점포의 상황은 더 열악한 편입니다.

공동점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요. 2022년 4곳, 2023년 1곳 개설됐습니다.

지난해 8월 대전시에 개설된 KB국민·한국씨티은행 공동점포를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개설된 은행권 공동점포는 없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령 고객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점포 폐쇄 강제 근절 '한계'

 

은행의 수익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수익활동이 금융취약계층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당국이 지점을 없애기 전에 소비자를 고려하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었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은 지난해 4월 폐점 전에 지역 고객들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후 평가를 하도록 절차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라 밝혔으나 이후 반영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은행 점포를 닫기 6개월 전에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 이른바 '은행 점포 폐쇄 방지법'이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금융기관이 영업점을 폐쇄할 때 사전영향평가와 주민 의견 청취 등이 의무화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요. 개정안은 폐쇄 이후에 진행하던 사후영향평가를 사전영향평가로 전환하고, 외부 전문가와 인근 주민의 의견청취를 의무화하고, 영업점 폐쇄 3개월 전 사전 고시하여 혼란을 줄이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일각에서는 점포 폐쇄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대안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은행 대리업' 허용인데요. 핀테크 업체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예·적금 등 단순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리업 허용은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오프라인 영업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포 축소에 대응할 방안으로 꼽히는데요. 고객은 은행 점포에 가지 않고도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고 은행은 대리업자를 통해 지점 역할을 보조·대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은행대리업 도입에 대한 논의는 처음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은행 대리업 도입 검토를 논의해왔고 2023년 금융위원회 테스크포스(TF)에서 본격화 될 조짐을 보였으나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금융위가 은행대리업 도입을 4년 가까이 미룬 이유로는 이해관계 조정의 어려움이 꼽힙니다.

줄어드는 은행 점포를 대신해 전국 2500개의 우체국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수익 측면에서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진=뉴시스)

 

'은행대리업 허용' 규제 완화해야

 

일부 은행권에서는 은행대리업의 특성상 대리를 맡은 업체의 업무 결과와 책임을 은행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은행대리업으로 인한 편의성은 긍정적이지만 당국에서 제대로 관리·감독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금융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 주체가 일부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등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법률적 관계에 대해 논의 중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핵심 이슈로 ‘은행 대리업 도입’을 꼽기도 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관련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 등 금융 취약 계층의 접근성 향상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협업 구조에 따라 대출 업무까지도 대리가 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접수는 우체국 등에서 받고 실질적 심사는 은행 본점에 의뢰해 승인에 따라 처리할 수 있게끔 협조하면 영업은 제한한다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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