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작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올해 경영 환경은 안갯속입니다.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본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속내가 복잡합니다.
강달러에 대출성장률 조정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새해 경영 키워드로 영업조직 재편과 세대교체를 내걸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편으로는 '이자장사'라는 비판도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은행들은 환율 상승기에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데요.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금융지주사들은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에 보통주 자본비율(CET1) 12%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고, 국내 4대 지주는 대부분 13% 이상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통상 은행의 CET1 비율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0.01~0.03%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CET1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자산을 축소하게 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7.5원)보다 7.5원 오른 1475.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금리 인하에 마진 하락
본격적인 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올해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익성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은행권의 '상생 금융' 프로그램은 정례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상생 보증·대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은행권은 지난 2023년 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올해 추가로 나온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더하면 4년간 4조원 이상의 지원금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은행권 안팎에선 금융당국 주도의 상생 프로그램이 사실상 횡재세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담 등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상생금융' 사실상 정례화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이자 장사'라며 비판했던 정치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지난 2023년 11월 야권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새로운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횡재세 대신 '가산금리 원가공개법'을 도입해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제도화한다는 복안인데요. 은행이 스스로 부담할 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핵심 취지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금리인하, 계엄 사태 및 탄핵정국, 금융규제 강화, 고환율 등으로 올해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자본 비율을 지키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종룡(오른쪽)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상황점검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종용 기자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본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속내가 복잡합니다.
강달러에 대출성장률 조정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새해 경영 키워드로 영업조직 재편과 세대교체를 내걸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편으로는 '이자장사'라는 비판도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은행들은 환율 상승기에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데요.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금융지주사들은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에 보통주 자본비율(CET1) 12%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고, 국내 4대 지주는 대부분 13% 이상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통상 은행의 CET1 비율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0.01~0.03%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CET1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자산을 축소하게 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7.5원)보다 7.5원 오른 1475.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금리 인하에 마진 하락
본격적인 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올해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익성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은행권의 '상생 금융' 프로그램은 정례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상생 보증·대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은행권은 지난 2023년 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올해 추가로 나온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더하면 4년간 4조원 이상의 지원금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은행권 안팎에선 금융당국 주도의 상생 프로그램이 사실상 횡재세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담 등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상생금융' 사실상 정례화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이자 장사'라며 비판했던 정치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지난 2023년 11월 야권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새로운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횡재세 대신 '가산금리 원가공개법'을 도입해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제도화한다는 복안인데요. 은행이 스스로 부담할 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핵심 취지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금리인하, 계엄 사태 및 탄핵정국, 금융규제 강화, 고환율 등으로 올해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자본 비율을 지키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종룡(오른쪽)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상황점검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