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박빙 중인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정책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요. 두 후보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정책 분야가 '에너지'입니다.
양 당의 정책 개요를 살펴봐도 민주당이 '기후 위기, 에너지 독립'을 내세운다면,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절감, 에너지 지배'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트럼프는 화석연료, 해리스는 청정에너지에 뿌리를 둔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 방식부터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친기후' 해리스 대 '반기후' 트럼프
'기후 및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 에너지 대응 전략'을 주제로 30일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해리스와 기후 변화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맞붙게 되면서 누가 당선될지에 따라 미국의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리스는 기후 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녹색이라는 새로운 사기"라며 8월 말 펜실베이니아 주 선거대회에서 해리스의 기후변화대책을 비판했습니다.
'친기후 대 반기후'로 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기후 변화 위기의 심각성이 강조됐는데요. 미국은 2021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3690억달러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습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또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기후정상회의 개최 등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 움직임을 주도해 왔는데요.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현 행정부의 친환경 전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며 글로벌 차원에서도 미국이 기후 변화 대응 논의를 주도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명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될 경우 현재의 친환경 전환 기조를 전면 뒤집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탈퇴하는 등 미국의 국제사회 기후 변화 대응 리더십이 크게 손상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전기차 판매로 인해 연료세 세입이 감소한 부분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승용차의 경우 2035년 신차의 41%, 2050년 49%가 전기차로 전망됩니다.
이로 인한 2035년 미국의 연료세 세수 감소는 400조원이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화석연료냐 청정에너지냐…중국 견제 관건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 증진을 중심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 에너지 정책을 추구하는데요. 이를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의 생산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원유·가스 생산을 늘려 가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한다는 구상인데요.
미국은 2018년 이후 원유 최대 생산국입니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이 러시아보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데도 에너지 자원 개발을 중지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취임하게 되면 첫날 석유를 계속 채굴하란 지시를 하고 LNG의 신규 수출 절차를 동결한 현재 조치도 즉시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완화, 전기차 의무 폐지 등 우리나라에도 수요 촉진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정에너지 중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미국 원유 소비를 중장기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리스는 기후변화대책을 중시하면서도 수압파쇄법을 이용하는 셰일 오일·가스 개발을 용인해 석유·가스업계 유권자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바이든과의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관건이 될 전망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제조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태양광 관련 제품(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등)과 EV 배터리 핵심소재 분야에서 전 세계의 대중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압도적인데요.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조일현 실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미국 내 일자리 강조, 대중 견제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대중국 견제 정도에 따라 한국은 태양광, 이차전지 분야에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IRA 수혜를 받고 있어서 향후 폐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법안을 폐지하려면 미국 내 의회 통과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고, 대중국 견제 정책에 따라 산업별로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강구상 팀장은 "트럼프 당선 시 공화당 내에서 IRA 폐지 움직임이 있겠지만 상원과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IRA의 수혜를 받는 공화당 의원 등은 전면 폐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30일 서울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미국 대선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newstomato.com | 윤영혜 기자
양 당의 정책 개요를 살펴봐도 민주당이 '기후 위기, 에너지 독립'을 내세운다면,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절감, 에너지 지배'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트럼프는 화석연료, 해리스는 청정에너지에 뿌리를 둔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 방식부터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친기후' 해리스 대 '반기후' 트럼프
'기후 및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 에너지 대응 전략'을 주제로 30일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해리스와 기후 변화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맞붙게 되면서 누가 당선될지에 따라 미국의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리스는 기후 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녹색이라는 새로운 사기"라며 8월 말 펜실베이니아 주 선거대회에서 해리스의 기후변화대책을 비판했습니다.
'친기후 대 반기후'로 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기후 변화 위기의 심각성이 강조됐는데요. 미국은 2021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3690억달러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습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또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기후정상회의 개최 등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 움직임을 주도해 왔는데요.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현 행정부의 친환경 전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며 글로벌 차원에서도 미국이 기후 변화 대응 논의를 주도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명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될 경우 현재의 친환경 전환 기조를 전면 뒤집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탈퇴하는 등 미국의 국제사회 기후 변화 대응 리더십이 크게 손상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전기차 판매로 인해 연료세 세입이 감소한 부분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승용차의 경우 2035년 신차의 41%, 2050년 49%가 전기차로 전망됩니다.
이로 인한 2035년 미국의 연료세 세수 감소는 400조원이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화석연료냐 청정에너지냐…중국 견제 관건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 증진을 중심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 에너지 정책을 추구하는데요. 이를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의 생산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원유·가스 생산을 늘려 가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한다는 구상인데요.
미국은 2018년 이후 원유 최대 생산국입니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이 러시아보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데도 에너지 자원 개발을 중지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취임하게 되면 첫날 석유를 계속 채굴하란 지시를 하고 LNG의 신규 수출 절차를 동결한 현재 조치도 즉시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완화, 전기차 의무 폐지 등 우리나라에도 수요 촉진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정에너지 중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미국 원유 소비를 중장기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리스는 기후변화대책을 중시하면서도 수압파쇄법을 이용하는 셰일 오일·가스 개발을 용인해 석유·가스업계 유권자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바이든과의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관건이 될 전망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제조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태양광 관련 제품(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등)과 EV 배터리 핵심소재 분야에서 전 세계의 대중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압도적인데요.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조일현 실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미국 내 일자리 강조, 대중 견제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대중국 견제 정도에 따라 한국은 태양광, 이차전지 분야에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IRA 수혜를 받고 있어서 향후 폐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법안을 폐지하려면 미국 내 의회 통과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고, 대중국 견제 정책에 따라 산업별로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강구상 팀장은 "트럼프 당선 시 공화당 내에서 IRA 폐지 움직임이 있겠지만 상원과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IRA의 수혜를 받는 공화당 의원 등은 전면 폐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30일 서울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미국 대선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