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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수중에 몇백 원도 없이, 학교 기숙사에 얹혀산 적 있습니다.

밥을 오래 굶으면 혼미해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흔들리는 의식을 붙잡고, 공용 냉장고로 향했습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탄핵안 가결 후 홀로 의원석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모든 음식물엔 주인이 있습니다" 안내문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돌덩이 같은 빵을 꺼내 씹었죠. '누군가 버리고 간 찌꺼기일 거야'하고 위안 삼았습니다.

 

군대 휴가를 나와선 택배 상하차 했습니다.

전역하고선, 빡빡머리로 반도체 공장 전기선을 깔았고요. 걔 중엔 꽤 큰 돈을 버는 형님들도 계셨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늘 빚에 허덕이더군요. 40~50대 제 모습이 그들일까 두려웠습니다.

 

 

기자가 됐지만, 커리어에 자신이 없습니다.

기자를 언젠가 그만두는 게 꿈이죠. 늘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한 발짝만 뒤로 가면, 언제든 그때의 저로 돌아갈 수 있단 기분에 몸서리치곤 했습니다.

  

생계형 기자로 살기 위해선 '상명하복'해야 합니다.

설령 기자가 아니었어도, 달랐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가 다 그렇죠, 뭐.

  

그런 제게, 정치인들의 모습은 신기합니다.

가질 만큼 가진 분들이 '복종'하는 꼴이요. 원내대표가 표결하지 말라고 하면, 감금당한 사람처럼 몇 시간 동안 의총장에서 나오질 못합니다.

대표 1명이 당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어도, 누구 하나 반기를 들지 않고요. 

 

왕따가 될까 두려워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다음 공천 걱정을 하는 걸까요. 

 

정치부 기자로서 일은 일일 뿐이고, 너무 과몰입하지 말라 하는데, 저는 도저히 그게 안 됩니다.

성격파탄자가 돼가요. 이 사람들은 제 대표자이고,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제 '일'입니다.

 

 

김상욱 의원은 본청 앞에 서 있었습니다.

온종일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머물던 그날에요. 시위의 목적은 다수의 사람에게 자기 의사를 알리는 데 있죠. 하지만 울산 남구갑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반갑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저 버텼을 테죠.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으니까요. 본인의 신념을 위해서. 제가 정치부에 와서 유일하게 위안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국회의원님들, 저처럼 먹고살려고 국회에 계시나요? 그럼 길을 잘못 드셨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newstomato.com |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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