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마지막 관문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은 이달 이뤄집니다.
합병이 완료되면 여객 수송(국제선) 기준 글로벌 18위권인 대한항공은 11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됩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24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는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다만 마일리지 통합 문제나 조직 재정비, 일부 노조의 반발 등은 해결할 과제로 꼽힙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C는 이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입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에 매각하고,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로셀로나)은 티웨이 항공에 이관했습니다.
대한항공 737-900.(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양사결합으로 시장 경쟁 제한을 우려한 EC의 요구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EC는 이달 내 양사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C가 최종 승인을 내리면 미국 법무부(DOJ)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사실상 EC 최종 승인으로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다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14개 필수 신고국에 대한 모든 승인을 완료하게 됩니다.
기업결합을 위해 2021년 1월 총 14개국에 신고한 지 약 4년 만입니다.
이후 기업결합은 급물살을 탈 예정입니다.
대한항공은 12월20일 이전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주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기업결합까지는 난관이 존재합니다.
업계에선 신주인수 거래 후 양사가 완전히 통합되기까지는 적어도 2년여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A321 neo.(사진=대한항공 제공)
당장에 인력 및 조직 정비, 마일리지 통합 방안 마련 등 실질적인 결합을 위한 절차를 해결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마일리지 통합 방안의 경우 아직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아시아나항공보다 높게 쳐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2조5278억원, 아시아나는 9758억원에 달하는데 합산하면 약 3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마일리지는 일종의 부채인 만큼, 양사 합병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를 최소화해야 하는 게 향후 통합 과정에서도 유리하다는 지적입니다.
통상 1마일리지당 가치를 보면 대한항공이 15원, 아시아나항공이 11~12원으로 평가됩니다.
때문에 합병될 경우 양사의 마일리지를 1:1 비율로 통합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마일리지 통합 과정은 정부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단 점에서 부담이 큰 사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좋은 시너지를 내도록 하고, 새로운 노선을 확대하고 중복 노선은 축소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항공 여행 마일리지가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요금을 비롯한 서비스 품질이 독과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가장 큰 과제로 꼽힙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화물사업부 매각 관련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EC에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최종 불허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합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한에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의결에 참여한 윤창번 김앤장 고문이 대한항공측 이해관계인에 해당해 의결권 행사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화물사업부와 함께 에어인천으로 고용 승계될 화물기 조종사들의 승계 거부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자적·안정적 화물 노선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유럽 여객 4개 노선을 넘겨받은 티웨이항공에 대해선 운영 능력을 면밀히 검토해달라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제출하고 산업은행이 승인한 양사 통합계획서(PMI)도 공개하라고 요구한 상태입니다.
합병을 둘러싼 산적한 과제가 남아있지만, 시장에선 메가 캐리어의 출범으로 시너지 창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옵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KE-OZ)의 합병은 한 걸음씩 최종장에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대한항공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연내 EC 승인 및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진행,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간 사업 보고서 제출 간 아시아나항공을 연결 편입할 계획임을 재차 공고히 했다"고 짚었습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이관과 합병 비용 등으로 인해 단기 부침은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로서의 원거리 노선 지배력이 강화되고 네트워크 효율화 등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네트워크 효율화와 원거리 경쟁 강도 완화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향 요인"이라며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국내 유일 대형 항공사(FSC)이자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