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두산퓨얼셀이 3분기 적자전환했지만 수주 확대를 통해 반등할 조짐을 보입니다.
두산이 분할합병하면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캐시카우였던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이동하는데, 두산퓨얼셀이 이를 대체할지 주목됩니다.
두산은 로보틱스와 연결된 만년 적자구조를 해결하고자 분할합병에 나섰는데,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두산퓨얼셀까지 적자전환해 걱정을 키웁니다.
다만, 두산퓨얼셀은 3분기 수주일감을 늘린 지표가 확인되며, 성장성이 높은 수소모빌리티 사업 확장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두산퓨얼셀이 살아야 분할명분도 선다
12일 두산 등에 따르면 3분기 두산퓨얼셀은 29억원 영업적자를 거뒀습니다.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으며, 누적으로는 8억원 이익으로 전년동기대비 80.9%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실적 배경으로 회사가 3분기 부실을 털어낸 정황이 보입니다.
사내 미수금은 3분기말 262억원으로 대손충당금은 4억원입니다.
전년동기 각각 647억원, 48억원에서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런 미수금은 상반기말까지 지속되다가 3분기에 해소됐습니다.
상반기말까지도 미수금은 676억원에 대손충당금이 52억원이나 됐었습니다.
분할합병을 앞둔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모두 3분기 실적이 부진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영업이익이 63.14% 감소했습니다.
누계로는 33.14% 감소해 3분기 하락폭이 컸습니다.
두산밥캣도 3분기 57.8% 줄며 누계 감소폭 39%를 초과했습니다.
만년 적자인 두산로보틱스도 3분기 영업적자폭이 56.23% 확대됐습니다.
누계 51.49%에서 조금 더 적자폭을 키웠습니다.
적자를 벗지 못하는 로보틱스도 그렇지만 여타 계열사의 부진도 뼈아픕니다.
지주회사 두산으로 연결된 그룹 사정으로는 재무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밥캣 역시 호주와 독일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사 손실을 3분기에 소진한 정황이 있습니다.
따라서 분할합병이 성사되면 나란히 동반 상승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3분기말 기준 선수금이 1090억원(유동)까지 늘어나 추후 매출 확대 기대감을 키웁니다.
선수금은 전년동기 123억원에 불과했는데 10배 가까이 커진 것입니다.
전분기말까지도 선수금은 191억원에 불과했는데 3분기 폭증했습니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납품하는 두산퓨얼셀은 B2B 수주형태를 띠는 사업구조로 인해 선수금이 발생합니다.
선수금은 프로젝트 수주 형식으로 먼저 선금을 받고 나중에 제품을 인도하면서 전체 프로젝트 매출을 거둬들입니다.
이에 따라 선수금이 대폭 늘어난 경우 매출도 커질 것이 전망됩니다.
두산퓨얼셀의 사업 특성상 매출의 64%가 2분기와 4분기에 집중되는 계절성도 나타나는데, 전년동기보다 대폭 커진 선수금은 계절성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주 일감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두산퓨얼셀은 현재 발전용 연료전지 기자재 56%, 장기유지보수서비스 44%로 매출이 구성되고 있어, 향후 매출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서비스 매출도 확보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있어 두산퓨얼셀의 매출 비중은 1.94%에 불과해 두산밥캣에 비하기는 한참 모자릅니다.
더욱이 두산퓨얼셀이 전량 내수 매출인 반면 두산밥캣은 대부분 수출만으로 53.55% 비중을 차지해 성장성도 돋보입니다(두산에너빌리티 자체 사업 매출은 44.12%, 그 중 수출은 27.1%).
그러나 두산퓨얼셀은 수소모빌리티에 진출해 시장을 넓힐 복안입니다.
일단 국내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대 보급이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에 맞춰 두산퓨얼셀은 하이엑시움모터스 지분 100% 취득해 저상수소버스를 연내 출시 예정입니다.
내년엔 고상수소버스를 출시하고 2026년엔 전기차 배터리처럼 수소모빌리티 파워팩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30일 회사 이사회는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이끌어왔던 이두순 사장을 대표이사(CEO)에 선임해 수소모빌리티 강화 전략을 시사했습니다.
그룹 구원투수 나서는 두산밥캣
북미향 기계장비 수출에 강점이 있는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이동해 구원투수로 나섭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만년 영업적자를 보다 지난해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숨통이 트였습니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되면서 지배회사인 두산에까지 부담이 미치는 형국입니다.
지주회사 두산은 채권단 구조조정 당시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유상증자에서 2524억원을 출자했다가 2022년 8월31일에 5722억원어치 주식을 블록딜하는 등 좌충우돌했습니다.
채권단 구조조정 졸업 후인 작년 6월21일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을 블록딜해 2760억원 확보하는 등 재무안정을 위한 현금수혈은 지속됐습니다.
두산은 올 반기말 연결기준으로 미청구공사가 작년 말보다 1300억원 정도 늘었고 재고자산도 6000억 정도 커졌습니다.
부채는 장단기차입금 모두 늘어나 작년말보다 1조원이나 커진 18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선 연말 부채가 16조7000억원 정도로 작년보다 줄 것으로 봤는데, 이를 충족하려면 하반기에만 1조원 넘게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3분기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보면 빚을 갚을 현금흐름이 녹록지 않습니다.
두산이 반려됐던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분할합병을 재시도하는 배경엔 이처럼 절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는 12월12일 열리며, 이후 발생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도 일정의 주요 분기점입니다.
합병기일은 내년 1월3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적자가 계속되면 신용부터 경색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채권단 구조조정으로 주요 핵심 자산들을 팔아야 했던 두산이 아픈 경험을 지우기 위해 이번엔 한발 앞서 손을 쓰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