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2년 5~12월까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은둔고립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사회적으로 고립·은둔상태에 있는 만 13∼39세 청년이 최대 13만명으로 추산됐다.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이 이들을 고립·은둔 상태로 몰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청년들의 은둔과 고립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입니다.
그동안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사는 이뤄졌지만 정부가 전국 단위로 은둔고립 청년에 대해 처음 조사를 나서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선진국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은둔고립 청년은 국내에서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그 심각성을 외면받아왔습니다.
그 결과 관련 법은 전무합니다.
지난 2022년 10월 김홍걸 당시 무소속 의원이 '은둔형 외톨이 지원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복지부, 미래청년센터 시범사업…4개소에 불과
국무총리비서실이 지난해 말 처음으로 청년의 삶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인천과 울산, 충북, 전북 4개소에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해 시범사업에 나섰습니다.
서울, 경기, 대구, 광주 등 지자체에서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는 곳 외 9개 지역에는 전담기관이 부재합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청년미래센터는 지역사회 내 가족돌봄청년과 은둔고립 청년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센터당 14명의 전문 인력이 배치돼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발굴하고 취약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밀착해 사례 관리를 합니다.
현재까지 4개소는 장소를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며, 그밖에 운영비는 국비와 지방비 7대 3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10개월 치는 국비로 34억원이 투입됩니다.
이후 내년도 예산은 43억원인데요. 이 예산으로 내년까지 4개 지역에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복지부가 지원하고 있는 청년미래센터는 은둔고립 청년들의 사정을 크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옵니다.
한 사회복지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센터는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라 실제 청년들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사회와 격리된 청년들의 생활패턴마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은둔고립된 청년들은 많은 이들이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 했습니다.
앞서 청년 문제를 고민했던 이은애 씨즈 대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직원 편의에 맞게 시간이 맞춰져 있지만, 그러면 오전 시간에는 그곳을 찾는 청년이 없어 빈 공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외로움·고립·은둔 대응 종합계획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원 나선 지자체…발굴·맞춤 지원은 '글쎄'
은둔고립 청년이 가장 많은 서울시도 지난 21일 청년들의 외로움을 예방하고 재고립·재은둔 등을 막는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 종합 대책에 5년간 총 4513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대책은 △함께 잇다(외로움 예방 관리 강화) △연결 잇다(고립은둔가구 발굴 및 처방) △소통 잇다(소통공간 형성 및 캠페인) 등 3대 전략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와 함께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이면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똑똑 24 플랫폼'도 구축하고, '외로움 전담 콜센터(외로움 안녕 120)' 등을 내년 4월부터 운영할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문화행사와 생활체육 프로그램도 연계해 집 밖 활동에 도전하고 성공 시 한강 캠핑장 이용권, 서울식물원 티켓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365 서울챌린지'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성공을 통한 성취감을 얻고 관계망 형성으로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점, 제공되는 인센티브에 대한 선호도 등은 은둔고립 청년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즉, 단순히 '집 밖으로'가 아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나 기회 제공이 절실한 청년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