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롯데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유통 기업으로 꼽힙니다.
그룹 내 화학군에 실적 주도권을 내주긴 했지만, 그간 백화점, 마트 등 엄청난 점포 물량을 토대로 한 막강한 영업력으로 경쟁력을 발휘해 온 기업인데요. 하지만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내 유통 산업 자체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유통 공룡' 타이틀도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로 유통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했지만 롯데는 이에 대한 시류를 읽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롯데가 그간 고수해 온 다채널 전략에서 벗어나 소수 업태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반적인 실적 저하…뼈아픈 백화점·이커머스 부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 유통군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이 연결 기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1838억원) 대비 3.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업이익은 17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640억원) 대비 4.22% 소폭 증가했지만, 반기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전환됐습니다.
유통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 소비 침체 등의 외부 악조건에 중국 사업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외 손익 등이 반영된 탓이 컸습니다.
롯데쇼핑 매출·영업이익 및 반기순이익 비교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이 같은 롯데쇼핑 실적 부진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1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경쟁 업체인 신세계백화점 1955억원, 현대백화점 1741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올해 10월 기준 전국 31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신세계(12개), 현대(16개)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욱 뼈아프다는 평입니다.
다점포 전략을 넘어설 고객 유인 킬러 콘텐츠의 부재, 명확한 수요 타깃 분석 실패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롯데온 역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롯데쇼핑 실적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난 2020년 야심차게 론칭한 롯데온은 출범 이래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누적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도 롯데온은 상반기 영업 적자 규모가 4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억원이 늘었는데요. 이 같은 누적 적자에 롯데온은 올해 5월부터 처음으로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지난달 1일 자사 소속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마트에 넘기는 등 사업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입니다.
업황 침체 여파…옴니 채널 방식 고수도 한몫
이 같은 롯데의 부진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황 침체 가속화라는 대외적 요인과 이 같은 시류를 파악하는 데 실패한 내부 판단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시각인데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유통 업황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했음에도, 이 시기 소비자들에게 각인될만한 콘텐츠 마련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상반기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주요 유통 업체(국내 주요 오프라인 업체 13곳·온라인 업체 12곳 기준) 매출은 전년 상반기 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출 실적이 3.4%에 그친 데 반해, 온라인은 17.5%를 기록하며 격차가 14.1%포인트에 달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상반기 오프라인(2.1%)과 온라인(7.2%)의 매출 격차 5.1%포인트보다 더욱 확대된 수치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전체 유통 시장의 매출 비중 49.7%를 차지했던 오프라인 비중은 올해 46.5%로 더 낮아졌습니다.
같은 시기 온라인이 50.3%에서 53.5%까지 파이를 늘린 것과 대비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패턴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이로 인해 이커머스 쇼핑의 편의성, 편리성, 빠른 배송 등의 특징이 부각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유통 판도 변화 속에 롯데가 오프라인 특유의 DNA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최근 부진에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롯데온의 부진은 단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이커머스 각축전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2020년 초반 당시 롯데는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롯데온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발굴 없이 당시 백화점, 마트 등 계열사들의 쇼핑몰을 단순하게 한데 모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변화의 템포가 빠른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온라인에 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가 마련된 상태에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롯데는 워낙 오랫동안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강자 지위에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하고 있는 사업군을 재편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신뢰도 높은 대기업이나 그룹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현시점에서는 전략이 전면 재수정돼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업태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롯데가 유통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이 같은 옴니 채널 전략이 주효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 업황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시장 다변화도 이뤄지고 있어 기업이 하나의 카테고리만 공략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롯데가 '타임빌라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백화점, 쇼핑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며 "롯데 유통의 철학이나 가치관에 맞는 사업을 확실히 선택하고 화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충범 기자
그룹 내 화학군에 실적 주도권을 내주긴 했지만, 그간 백화점, 마트 등 엄청난 점포 물량을 토대로 한 막강한 영업력으로 경쟁력을 발휘해 온 기업인데요. 하지만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내 유통 산업 자체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유통 공룡' 타이틀도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로 유통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했지만 롯데는 이에 대한 시류를 읽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롯데가 그간 고수해 온 다채널 전략에서 벗어나 소수 업태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반적인 실적 저하…뼈아픈 백화점·이커머스 부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 유통군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이 연결 기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1838억원) 대비 3.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업이익은 17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640억원) 대비 4.22% 소폭 증가했지만, 반기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전환됐습니다.
유통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 소비 침체 등의 외부 악조건에 중국 사업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외 손익 등이 반영된 탓이 컸습니다.
롯데쇼핑 매출·영업이익 및 반기순이익 비교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이 같은 롯데쇼핑 실적 부진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1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경쟁 업체인 신세계백화점 1955억원, 현대백화점 1741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올해 10월 기준 전국 31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신세계(12개), 현대(16개)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욱 뼈아프다는 평입니다.
다점포 전략을 넘어설 고객 유인 킬러 콘텐츠의 부재, 명확한 수요 타깃 분석 실패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롯데온 역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롯데쇼핑 실적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난 2020년 야심차게 론칭한 롯데온은 출범 이래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누적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도 롯데온은 상반기 영업 적자 규모가 4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억원이 늘었는데요. 이 같은 누적 적자에 롯데온은 올해 5월부터 처음으로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지난달 1일 자사 소속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마트에 넘기는 등 사업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입니다.
업황 침체 여파…옴니 채널 방식 고수도 한몫
이 같은 롯데의 부진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황 침체 가속화라는 대외적 요인과 이 같은 시류를 파악하는 데 실패한 내부 판단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시각인데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유통 업황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했음에도, 이 시기 소비자들에게 각인될만한 콘텐츠 마련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상반기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주요 유통 업체(국내 주요 오프라인 업체 13곳·온라인 업체 12곳 기준) 매출은 전년 상반기 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출 실적이 3.4%에 그친 데 반해, 온라인은 17.5%를 기록하며 격차가 14.1%포인트에 달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상반기 오프라인(2.1%)과 온라인(7.2%)의 매출 격차 5.1%포인트보다 더욱 확대된 수치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전체 유통 시장의 매출 비중 49.7%를 차지했던 오프라인 비중은 올해 46.5%로 더 낮아졌습니다.
같은 시기 온라인이 50.3%에서 53.5%까지 파이를 늘린 것과 대비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패턴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이로 인해 이커머스 쇼핑의 편의성, 편리성, 빠른 배송 등의 특징이 부각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유통 판도 변화 속에 롯데가 오프라인 특유의 DNA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최근 부진에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롯데온의 부진은 단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이커머스 각축전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2020년 초반 당시 롯데는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롯데온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발굴 없이 당시 백화점, 마트 등 계열사들의 쇼핑몰을 단순하게 한데 모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변화의 템포가 빠른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온라인에 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가 마련된 상태에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롯데는 워낙 오랫동안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강자 지위에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하고 있는 사업군을 재편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신뢰도 높은 대기업이나 그룹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현시점에서는 전략이 전면 재수정돼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업태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롯데가 유통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이 같은 옴니 채널 전략이 주효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 업황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시장 다변화도 이뤄지고 있어 기업이 하나의 카테고리만 공략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롯데가 '타임빌라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백화점, 쇼핑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며 "롯데 유통의 철학이나 가치관에 맞는 사업을 확실히 선택하고 화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