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롯데그룹은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차입금 부담이 커 신용위험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작년 결산 기준 공정자산 순위 5대그룹서 탈락(6위)한 가운데 부채위험도 저감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올들어 주요 계열사 실적이 더 나빠져 대출을 갚을 여력은 감소했습니다.
그사이 부채가 부쩍 늘어나 신용등급전망이 떨어지는 등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롯데를 옥죕니다.
반전이 필요하지만 화학, 유통 주축 사업 모두 구조적 불황에 빠진 터라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형국입니다.
신용등급전망 ‘부정적’…현실화 우려
13일 재계에 따르면 작년 결산 기준 롯데그룹 공정자산 순위는 포스코에 밀려 6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자산을 구성하는 비중에서 부채가 큽니다.
차입금이 농협(47조원), LG(43조원), 현대차(40조원)에 이어 4위(롯데 39조원)입니다.
이에 비해 당기순이익은 삼성(43.5조원), 현대차(20.5조원), 농협(3.5조원), GS(3.3조원), 포스코(2.5조원), HD현대(2.3조원), 쿠팡(2.3조원), LG(2.1조원), 한화(1.9조원), DB(1.8조원), 넥슨(1.4조원), 한진(1.3조원), 미래에셋(1.2조원), 한국GM(1.2조원), 네이버(1.1조원), LS(1.1조원)에 이은 17위(1.1조원)에 그쳤습니다.
빚은 4위인데 갚을 능력은 17위라는 의미입니다.
올들어 이런 재무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롯데그룹 내 롯데렌탈, 롯데리츠, 롯데쇼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웰푸드,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정밀화학, 롯데지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11개 상장사의 올 반기 기준 유동자산은 총 28조744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991억원 감소(-1.4%)했습니다.
반면 유동부채는 1년새 5조3470억원이나 늘어난(18.4%) 34조33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내 갚아야 하는 채무가 5조원 넘게 커졌는데 1년내 갚을 수 있는 현금(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줄어든 수치입니다.
유동자산이 반기말까지 1년새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롯데쇼핑(-2952억원)이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573억원), 롯데렌탈(-1314억원), 롯데정밀화학(-1092억원) 순이었습니다.
또 유동부채가 커진 곳은 롯데케미칼(2조2419억원), 롯데지주(1조2709억원), 롯데쇼핑(1조542억원) 등 그룹 주축들이라 위기감을 키웁니다.
3분기까지도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져 상황이 호전되지 못했습니다.
11개 상장사 중 아직 실적 발표 전인 롯데리츠와 롯데지주 외 롯데쇼핑(영업이익 전년동기비 6.5% 상승)과 롯데웰푸드(19.5% 상승)를 제외하고 나머지 7곳은 모두 전년 대비 부진했습니다.
그 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영업적자전환했고 롯데케미칼은 3분기 (전년동기대비)적자전환해 올들어 매분기 적자가 쌓였습니다.
기업은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리파이낸싱을 합니다.
따라서 당장 유입현금이 감소해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번지지 않지만, 영업창출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이자율 등 대출조건이 불리해져 재무상태를 악화시킵니다.
게다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히는 신종자본증권까지 고려하면 차입금 리스크가 무겁습니다.
롯데지주는 올해 3월(2000억원)과 9월(1500억원) 두차례에 걸쳐 총 3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이같은 배경으로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습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롯데지주 통합기준신용도 및 롯데그룹의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을 고려해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렸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유통·케미칼 캐시카우 막힌 판단 착오
롯데그룹은 온라인쇼핑, 기초화학소재 투자 등 사업경쟁력 보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는 속에 캐시카우가 작아졌습니다.
중국침체와 내수부진 악영향이 큽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자급률 상승으로 어려운 영업환경에 빠졌습니다.
그 속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자금소요도 부담이 됐습니다.
건설경기 부진 속에 롯데건설의 과중한 PF우발채무 부담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기 말 연결기준 PF보증(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포함) 규모는 4조9000억원이나 됩니다.
내수부진에 유통 계열사들 실적도 저조합니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의 3중고가 짓누릅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심인 롯데는 엔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감소할 것을 기대했지만 이런 내수부진이 지속되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의 가격우위가 더 부각됐습니다.
롯데도 온라인 전환 투자를 단행했었는데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롯데쇼핑이 영위하는 사업별 매출액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커머스는 0.9%였는데 올 반기 기준 0.8%로 되레 감소했습니다.
호텔롯데와 일본 광운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까지 얽힌 경영권 분쟁 요소도 완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당초 면세점을 키워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일본자본과 연결된 지분고리(구주매출)를 끊으려던 게 롯데그룹의 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면세점 중앙점(인천공항점)에서 빠져 시내점을 키웠다가 중국 보따리상이 철수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재추진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 시점을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잠재적으로 지속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그룹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며 “대출을 갚기 위해 자산을 팔게 되면 그룹 순위도 더 밀릴 수 있다.
그러다 규모가 큰 우발채무가 터지면 계열사간 연결된 보증 건들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