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올 한해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와 은행 검사를 치열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준비해온 것을 직접적으로 조치한 것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비상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을 빌어 금감원 기조가 바뀌거나 철수하는 것은 아닌가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원장이 강한 표현을 쓴 것으로 이해합니다.
"
이복현 금감원장의 '매운 맛' 발언에 대한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주요 금융지주의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룬 이유에 대해 "경미하게 (검사 결과를) 취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그런 의미였다면 '약한 맛'으로 이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검사·감독 방향은 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월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금융권의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이 원장의 기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금융권 전망이 빗나간 모습입니다.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인사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이 원장의 거친 발언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남은 기간 행보를 바꿀 만한 유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감원으로부터 직접 지적을 받은 우리금융지주(316140)와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으로 금감원 눈 밖에 나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우리금융 부당대출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들다"며 우리금융을 직격했습니다.
통상적인 금융당국의 수장의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맹공을 퍼부은 것입니다.
이 원장은 이달 20일 "우리금융의 현 경영진 체제에서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이며 이 부분을 엄정히 반영할 것"이라고 한 번 더 직격했습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농협금융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기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100% 지분을 갖고 있어서 사실상 모회사에 해당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 전문성이 없는 중앙회 임원이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발령나곤 하는 인사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금감원이 농협 지배구조에 '메스'를 대야 내부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협에 대한 금감원의 시선은 누그러진 분위기 입니다.
이 원장은 최근 "농협 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농협금융 이사회는 지난 27일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로 내정했습니다.
이석준 현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는데,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외부출신 인사를 내정한 것입니다.
농협금융이 그간 관리하고 있는 내부 후보군이 10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금감원을 거친 인사를 낙점한 것입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금감원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사진은 서울시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사. (사진=뉴시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우 반복된 금융사고와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 은행) 투자 손실 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KB뱅크가 갖고 있는 부채가 막대함에도 당시 KB금융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회사를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KB뱅크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 또한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KB뱅크 부실을 철저히 검사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금감원은 경영자의 투자실패라는 결과만으로 KB뱅크 부실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며 '톱 다운' 방식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판단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내부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무시됐다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논란이 없었던 하나금융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면서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이 원장은 "아직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지 안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어서 셀프 개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현 회장의 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혹여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굳이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본인에게 규정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종용 기자
비상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을 빌어 금감원 기조가 바뀌거나 철수하는 것은 아닌가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원장이 강한 표현을 쓴 것으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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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의 '매운 맛' 발언에 대한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주요 금융지주의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룬 이유에 대해 "경미하게 (검사 결과를) 취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그런 의미였다면 '약한 맛'으로 이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검사·감독 방향은 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월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금융권의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이 원장의 기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금융권 전망이 빗나간 모습입니다.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인사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이 원장의 거친 발언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남은 기간 행보를 바꿀 만한 유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감원으로부터 직접 지적을 받은 우리금융지주(316140)와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으로 금감원 눈 밖에 나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우리금융 부당대출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들다"며 우리금융을 직격했습니다.
통상적인 금융당국의 수장의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맹공을 퍼부은 것입니다.
이 원장은 이달 20일 "우리금융의 현 경영진 체제에서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이며 이 부분을 엄정히 반영할 것"이라고 한 번 더 직격했습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농협금융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기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100% 지분을 갖고 있어서 사실상 모회사에 해당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 전문성이 없는 중앙회 임원이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발령나곤 하는 인사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금감원이 농협 지배구조에 '메스'를 대야 내부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협에 대한 금감원의 시선은 누그러진 분위기 입니다.
이 원장은 최근 "농협 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농협금융 이사회는 지난 27일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로 내정했습니다.
이석준 현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는데,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외부출신 인사를 내정한 것입니다.
농협금융이 그간 관리하고 있는 내부 후보군이 10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금감원을 거친 인사를 낙점한 것입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금감원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사진은 서울시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사. (사진=뉴시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우 반복된 금융사고와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 은행) 투자 손실 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KB뱅크가 갖고 있는 부채가 막대함에도 당시 KB금융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회사를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KB뱅크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 또한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KB뱅크 부실을 철저히 검사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금감원은 경영자의 투자실패라는 결과만으로 KB뱅크 부실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며 '톱 다운' 방식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판단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내부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무시됐다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논란이 없었던 하나금융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면서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이 원장은 "아직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지 안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어서 셀프 개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현 회장의 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혹여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굳이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본인에게 규정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