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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김정은이 되고 싶었던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지난 8일 '한국 비상계엄, 윤 대통령의 폭주와 3명의 김 씨,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심리 상태'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결정을 움직인 배후 인물로 김건희 여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습니다.

"비상계엄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야당 등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며 북한 지도부와 동일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이 한국 야당들을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와 동일시한다는 분석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작 김정은과 닮은 것은 야당들이 아니라 '윤석열 자신'입니다.

 

북한, 비상계엄이 '극단화·일상화' 된 군사국가

 

껍데기를 다 걷어내고 계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기소하는 검찰 그리고 판결하는 법원을 모두 군이 맡는다는 것입니다.

비상계엄이 실시되면 계엄사령부는 "모든 행정·사법 사무 관장-행정·사법기관 지휘·감독, 군사상 필요시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 통제,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사법처리, 상기 내용 위반자 체포 후 군사법원 회부' 권한을 갖습니다.

이런 상황을 더욱 더 극단화, 일상화하면서 군사국가가 된 체제가 바로 휴전선 너머에 있습니다.

 

윤석열은 '12·3 내란'을 선포하면서 발표한 1246자 분량의 길지 않은 담화문에서 '반국가 세력'을 4번이나 언급하면서 '척결'을 천명했습니다.

'반국가 행위'까지 넣으면 5번인데, 그 앞에는 '종북'은 물론, '망국의 원흉'이라는 극단의 수식어까지 붙였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지난 8월에 일찌감치 이번 내란 사태를 예고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반국가세력을 자꾸 노래 부르는 것이야말로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논리적인 밑밥을 깔고 있었던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요 기념사 등에서 공개된 것만 총 8번에 걸쳐 반국가세력을 얘기했다"고 설명합니다.

 

한동훈도 포함된 '반국가세력' 실체…'윤석열을 따르지 않는 자'

 

그렇습니다.

그는 집권 이후 줄곧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써왔습니다.

윤석열의 '반국가 세력'은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거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이들까지 포함합니다.

체제전복을 노리는 세력이라는 겁니다.

황당하게도 부정선거 괴담에 빠져 선관위 인사들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방송인 김어준 씨를 체포하려 했습니다.

심지어는 검찰 시절 자신의 심복이었고, 자신의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은 데 이어 현재 집권당 수장인 한동훈 대표까지 이재명 대표 등과 함께 방첩사의 '1차 체포 대상'으로 올려놨습니다.

지난 3일 밤 계엄포고령은 이들을 '처단'하겠다고 했습니다.

'1차 검거, 2차 대상자를 축차적으로 검거할 예정'이었다고 하니, 어떤 희한한 인물이, 또 얼마나 많은 인물이 그 큰 수방사 B-1벙커로 잡혀가서 단말마의 고통을 겪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 정도면 그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의 실체는 그저 '윤석열을 따르지 않는 자’, '그 부부가 싫어하는 자', '극우 유튜버들이 지목하는 자' 정도일 겁니다.

체포와 심판 대상을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겁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국민'(非國民)’이라며 탄압한, 제국주의 일본에서 배운 것일까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사진=뉴시스)

 

처형당한 장성택의 죄명 '반당·종파분자'…핵심은 '수령에 대한 충성'

 

김정은은 2013년 12월 장성택을 '반당·종파분자'라는 죄명으로 처형했습니다.

사적으로는 자신의 고모부이자 자신이 후계자가 되는데 적극 나선 인물이었으나, 정치적 제거 차원을 넘어 잔혹하게 처형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박헌영을 처형할 때도, 956년 '8월 종파' 사건으로 연안파와 소련파를 숙청할 때도 죄명은 '반당·종파분자'였고, 장성택도 그 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은 종파주의를 '당의 통일과 단결을 와해시키며 노동운동을 파괴하는 반당적이며 반혁명적인 사상'이라고 규정하지만, 그 핵심은 '수령에 대한 충성'입니다.

 

장성택이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서는 동상이몽(同床異夢)·양봉음위(陽奉陰違·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 딴마음 먹는다는 의미) 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으며 특히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했습니다.

'처형 발표문'에서도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일성 가문과 자신을 동렬로 놓는 자는 죽인다는 겁니다.

 

윤석열의 '반국가세력'과 김정은의 '반당·종파분자'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권당 대표까지 '반국가세력'이라며 잡아들이려 한 것을 보면,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12·3 내란' 사태를 보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체가 보는 <노동신문>에 촛불시위 사진을 21장이나 싣고 "윤석열이 한국은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과 국회 직원들이 무장한 군인들을 막아서거나 항의하는 사진은 게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국현대사의 뜨거운 피와 그에 힘입은 빛나는 민주주의가 그 윤석열의 '반국가세력'론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newstomato.com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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