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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부동산 시장에 ‘선의’는 있을까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한 동료 기자가 최근 분양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현장 취재를 가면서 겪은 일입니다.

해당 기자는 모델하우스를 가는 도중 한 어르신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을 보고 행선지를 물어봤고, 마침 모델하우스로 가는 길이어서 안내하며 함께 이동했다고 합니다.

 

 

기자임을 밝히고 어르신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는데, 대화 도중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내가 집을 2채를 갖고 있는데 왜 다주택자는 청약에 제한을 거는 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돈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악의를 갖고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는 말이야. 그런 거에 대한 기사도 좀 써봐요."

 

결혼을 준비하며 모 단지에 청약을 준비하고 있던 이 기자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당초 청약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어르신의 말에 마냥 동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겠죠. 더군다나 어르신이 교육계에 오래 종사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씁쓸함은 배가 됐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만큼 인간의 자본주의적 욕망이 들끓는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 분야를 몇 년 간 취재하다 보면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더 적합한 사상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하소연을 듣게 될 때면 일말이나마 남아있던 인간성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도 종종 겪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은 “더, 더,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매우 충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거래가 늘고 시장은 호황에 이를테니깐요. 그런데 누구나 더 많이 가질 수 없는 게 또 부동산입니다.

유용한 정보는 어느 한 쪽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죠.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고 건설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인간의 ‘선의’를 갈망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로또 청약' 당첨을 꿈꾸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인간이니까요.

 

다만 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출발선까지 지워버리려는 악의적 행위를 규제하는 공정한 손길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newstomato.com |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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