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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헌법불합치 전 확정판결 있었다면 재심 불가능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원고)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의 재심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대상 조항이 형벌에 관한 조항이 아니고 헌법불합치결정 전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다면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고는 회사 5곳과 회사가 노동조합에 조합사무실 및 관리유지비, 집기 및 비품, 차량과 그 관리비 및 유류비 등을 제공하는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요. 피고가 위 시설·편의제공 조항 등이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했습니다.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할 때, 근로자의 후생 자금 또는 경제상 불행 기타 재액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 사무소의 제공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시설·편의제공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이 적합하다는 판결이 2016년 3월10일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한편 원고는 위 1심 소송이 계속되던 중,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요. 헌재는 2018년 5월31일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중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고, 위 조항은 개정 시한을 넘긴 2020년 6월9일에서야 결정 취지에 따라 개정됐습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유형으로는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 △반조합계약 △단체교섭거부 △지배개입 및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등이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 가능하고, 구제명령을 위반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재심 대상 판결의 1심은 시정명령 중 시설·편의제공 조항을 포함한 일부 조항에 대한 부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시설·편의제공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은 적합했다고 판단했는데요.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 평등한 노사관계를 형성·유지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앞서 본 동조의 단서 조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침식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려는데 취지가 있으므로 법이 정한 예외 이외의 운영비 원조는 구 노동조합법에 위반된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긍정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원고는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요. 헌재는 운영비원조행위 금지 조항이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운영비원조행위를 일률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금지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부당노동행위의 규제 근거조항이 사라지는 법적 공백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는데요. 헌법불합치결정도 위헌결정과 같이 기속력이 인정되지만,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다면 잠정적으로 구법이 적용됩니다.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장래효(처분·판결의 효과가 그 처분·판결 이후로만 효력을 발생하는 것)가 인정되는데요. 예외적으로 △위헌결정의 당해 사건 △위헌결정 전 위헌 제청했거나 당해 법률조항 등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 △위헌결정 이후 제소한 일반사건이라도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 소급효(처분·판결의 효과가 이미 과거에 행해졌던 사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효력을 발생하는 것)를 인정해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사건 등에는 소급효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형벌조항은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갖게 되는데요.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경우라면 그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 계속 적용되는데요. 형벌에 관한 조항이라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하므로 당해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게 됩니다.

 

재심 판결은, 재심 대상 판결에 운영비원조행위를 포함한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81조와 위법한 내용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동법 제31조 제3항이 결합해 적용됐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고 개정시한이 지나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된 것은 장래효만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개선입법에 소급효를 규정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법원으로서는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개정시한까지는 종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해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겁니다.

 

재심은 확정판결의 기판력(확정판결에서 판단된 내용과 동일한 사항이 나중에 문제되었을 때 당사자는 이에 반하여 다시 다툴 수 없고, 어떠한 법원도 이에 모순·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을 뒤집는 것으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형벌에 관한 법률이나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그 소급효는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다면 그 결정이 있는 날 다음 날까지만 소급하는 제한도 있는데요. 종래 합헌결정 이전까지 무한정 소급효가 미치지는 않는 겁니다.

재심의 어려움을 고려해 헌재의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경우 과거의 권리 구제가 필요하다면 개선입법 과정에서 소급효에 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newstomato.com |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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