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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고려아연 역대 최고가 포기한 국민연금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보유 지분 관련 공개매수에 소극적이라 막대한 운용수익을 포기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연금 수익률을 제고할 기회였지만 일반적으로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 연금 운용 기조가 이어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사상 유례 없는 고려아연 측 배당가능이익 활용(이익소각) 자사주 공개매수는 일종의 배당이나 유상감자 성격이었던 만큼, 기금 운용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키도록 한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회비용이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 배당인데 포기?

 

24일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일단 주당 83만원 공개매수가를 제시했던 MBK 측 공개매수엔 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89만원 공개매수가를 제시한 고려아연 측은 국민연금 참여 여부에 대해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경영권분쟁이 발생한 공개매수 경쟁 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 22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김 이사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고려아연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판단한다고 했다.

그것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연금이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길 바라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이는 일단 공개매수에는 응하지 않을 것을 전제합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분 일부만 팔았을 가능성도 거론합니다.

그렇더라도 남은 지분 만큼은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연금은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등 단기매매 수익을 거두는 데 응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도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국민연금이 MBK측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옹호하는 성격이 있어 김 이사장의 방침에도 반하는 논란이 생깁니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도 매수 주체 한쪽을 따르는 것이지만 중립적 성격도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매수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해 의결권 자체가 사라집니다.

다만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매수한 자사주를 우호주주에게 매각 또는 교환해 의결권 부활을 꾀할 수 있지만, 그러면 배임 건 본안 소송에서 불리해집니다.

앞서 MBK측이 배임 사유로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했던 것에 대해 법원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감안해 기각했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는 국내 유례 없는 일이라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통상 이익소각은 일종의 배당이나 유상감자 성격을 가집니다.

그래서 고려아연 측에서도 배임을 주장한 MBK측에 맞서 기존 주주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가처분을 기각하며 배임 판단을 유보한 법원도 자사주 소각 부분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으로선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아 일종의 배당을 포기한 셈이 됩니다.

 

국민연금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 5% 이상 보유한 경우 ‘5%룰(최초 5% 보유, 지분 1% 변동)’에 따라 보고 의무 발생 시 다음 분기 10일 이내 공시합니다.

일반투자 목적이면 익월 10일 이내 공시하는데, 국민연금은 지난 3월13일 고려아연 7.49% 지분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바꿨습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으나 적극적 유형의 주주활동을 의미합니다.

상대적으로 단순투자는 경영 참여 이외 주주권만 행사하는데, 다음달쯤 있을 고려아연 임시주총에 앞서 목적을 바꿀지도 주목됩니다.

 

연금법은 '운용수익 극대화' 의무

 

연금의 기회비용을 추산해 보면 최대 1조원 이상의 운용손실이 계산됩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식을 2009년 2월4일 6.12% 지분으로 최초 보유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변동공시한 시점이 올 3월13일로 7.49%입니다.

최초 보유한 당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시가총액은 1081억원이었습니다.

가장 최근 공시 기준 시총은 7049억원입니다.

MBK측 공개매수가 83만원 기준 시총은 1조3002억원, 고려아연 기준으론 1조3942억원입니다.

가장 최근 공시 기준 시총보다 평단가는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시총 기준으로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전량 응하지 않았을 경우 기회비용은 6892억원이나 됩니다.

최초 보유 기준으로는 1조2861억원입니다.

최소 6892억원에서 최대 1조2861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국민연금법은 국민의 연금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운용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운용할 것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증권 매매의 경우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이 2015년 1월28일 생겼지만, 동시에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합니다.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 고려아연 주식 종가는 역대 최고가 수준인 87만4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일 기준 주가수익률(PER)은 32.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9배입니다.

동일 업종 평균 PBR은 1을 넘지 못하며, 업종 1위인 포스코홀딩스조차 PBR은 0.7에 그칩니다.

2위 현대제철은 0.25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가가 공개매수와 경영권 분쟁 탓에 업종 평균을 훌쩍 넘은 셈인데, 그래서 공개매수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본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한편, 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자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하는 방침입니다.

보험료율은 연령대에 따라 차등 인상하는데, 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거나 수명이 길어져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지면 연금액 인상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낮추는 자동조정장치가 포함됐습니다.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다'는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국민연금 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 필요하단 여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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