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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현장+)달콤함의 위기 '감귤'…수출·아열대 작물 '고삐'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바닷바람 춥겠지, 왜 삼다도겠어..." 

 

외투 하나 챙겨야 한다는 말에 털복숭이 점퍼 하나 걸쳐 입고 제주도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탄사. 겨울이 시작됐다는 입동이 지났건만 부랴부랴 반팔로 갈아입기 바쁜 제주 현지 날씨.

 

"뭐지 여긴 초여름이야, 초가을인가..." 이구동성 일행들의 탄성이 쏟아졌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감탄스러운 기후가 달갑지만 않다는 걸 몰랐습니다.

 

따스한 맑은 하늘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하는 '관광의 맛'이겠지만 현지 감귤 농민에게는 이래저래 근심거리입니다.

제주행을 택할 때마다 감귤항공을 타고 귤 섬을 간다는 우스개 농담을 할 정도로 제주의 대표 작물은 감귤입니다.

 

감귤 농사에 기댄 십수년을 자식 농사와 궤를 함께해왔다죠. 그러나 요즘 같은 기후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 게 감귤 농민의 낯빛입니다.

돌하르방도 걱정한다는 기후변화. 

 

 

지난 14일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 현장을 찾았을 때는 노란빛을 띤 감귤보다 푸르스름한 감귤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상기후 '녹색 감귤'

 

기자가 지난 14일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 현장을 찾았을 때는 노란빛을 띤 감귤보다 푸르스름한 감귤 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감귤 생육 과정에 열대야는 노란빛의 착색을 더디게 했고 잦은 비로 주먹보다 큰 녹색 대과는 물주머니를 방불케 했습니다.

 

올해 여름 제주지역 폭염일수는 21.4일로 전년 6.6일보다 길었고 열대야는 63.6일로 전년 37.5일을 훨씬 넘겼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폭염과 잦은 비로 노지 감귤 열과 피해율은 전체 면적의 22%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상품성이 없는 큰 귤은 주스 등 가공용으로 사용하지만 실상은 제값 받기도 힘듭니다.

 

특히 노지감귤 열과 피해가 이른 시기 수확하는 극조생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올해 출하량이 75% 이상 줄었습니다.

그나마 제주도 감귤조례 개정에 따라 푸르스름해도 고당도의 감귤을 맛볼 수 있도록 착색도 기준을 완화하면서 노지감귤 출하량은 지난해(39만8000톤)보다 증가한 40만8000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지감귤 출하량을 보면 2022년 42만8000톤에서 지난해에는 39만8000톤에 그친 바 있습니다.

올해 초 출하하는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도 무게 150g 이상 기준을 삭제하면서 전년 11만6000톤보다 늘어난 출하량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체 귤 취급물량 중 효자격은 노지감귤이 가장 으뜸입니다.

지난해 하우스감귤 물량이 2956톤이었다면 노지감귤은 6362톤 규모를 자랑합니다.

 

노지감귤, 하우스감귤,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천혜향, 비가림감귤, 카라향, 청견, 진지향 등 만감류를 포함한 전체 제주 감귤은 1만2320톤 규모입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502억3400만원.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남원농협 감귤거점 산지유통센터(APC)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조생감귤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딘 생산…고품질 감귤 승부수

 

문제는 이상기후로 인해 더딘 생산성과 품질이 낮은 감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남원농협 감귤거점 산지유통센터(APC)의 조생감귤 분류 작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주근깨·흠집이 많아 유통이 어려운 사비과(풍상과)와 70㎜ 초과의 대과가 많이 나온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때문에 고품질 전략으로 방향타를 세운 감귤은 선별 과정도 그만큼 깐깐하기로 유명합니다.

상품감귤 품질기준은 2S, S, M, L, 2L 등 5단계로 분류합니다.

예컨대 49㎜ 이상~53㎜ 이하의 2S, 67㎜ 이상~70㎜ 이하의 2L 등이며 5단계 기준을 넘길 경우 비상품 감귤로 분류합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과형상 선별은 기본이며 육안에 이어 인공지능(AI) 카메라 기술을 도입해 미세한 썩음(물치)도 식별합니다.

아울러 비파괴 광센서는 측정 오차당도 0.5브릭스 이하, 산도 0.2% 이하로 낮췄습니다.

 

 

무엇보다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서는 당도 기준을 8브릭스(Brix)에서 8.5브릭스로 상향했으면 9브릭스 생산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현장에서 맛본 귤 맛은 새콤함을 느껴볼 수 없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15일 제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 아열대 작물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달콤함의 위기…수출·온난화 대응 전략

 

하지만 당도만 높인다고 우위를 답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달콤함은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새콤달콤함의 대중적인 감귤 생산이 점점 줄어들고 고급화로 갈수록 관세 혜택으로 몰려온 수입산, 국내 타지역 작물들과 사실상 무한 경쟁 속에 놓입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감귤 시장 하나만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수입산과 타지역 작물들도 고품질, 고급화 품종 개량에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농림식품부와 제주도가 생존 전략으로 꺼내든 것은 수출 다변화와 온난화 대응 농업입니다.

외산 과일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 관계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11년째를 맞은 올해 박람회가 지난해와 남다른 것도 해외 바이어(구매자)들의 표정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김상엽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유통과장은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12개국에서 33개사 바이어가 참여했다.

제주지역 39개 수출기업이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섰다"며 "투자의향서(LOI) 기준으로 수출계약은 244만8900달러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기존 작물의 재배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품종과 극복 기술 개발도 관건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농촌진흥청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입니다.

제주도 현지 연구소에서는 국내 아열대 작물의 재배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열대 작물은 고온 조건에 잘 적응하는 등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작물로 통합니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선발을 위해 그동안 58개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고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발했다"며 "유망 작물들의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 기술을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아열대 채소는 얌빈, 롱빈, 공심채의 작형과 작기를 개발해 보급하고자 시험하고 있어 재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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