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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갈길 먼 장애인 접근권)②화장실 이용도 투표도 곤혹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장애인 화장실을 가면 등받이가 설치돼 있어요. 주로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는데, 조금만 사용해 보면 얼마나 불편한지 금방 알아요. 등받이 때문에 변기 전체에 앉지 못하고 3분의 1만 엉덩이를 걸치게 되고… 기자님도 기회가 되면 한번 앉아보세요. 옷을 벗을 때, 뒤처리하고 옷을 입을 때 얼마나 불편한지 아실 거예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이성민씨는 일상적으로 가야 하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매번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근육장애가 있는 그는 “장애인이 편하라고 만든 건데 전혀 편하지가 않다”며 “지하철역 말고도 고속도로 휴게소나 관공서 등에 이런 설치물이 검증도 안 된 상태로 마구잡이 적용돼 있다.

그나마도 설치 안 된 곳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역 인근 장애인 화장실들을 둘러보면 변기 뒤로 등받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들도 많았습니다.

설치된 경우에도 등받이가 고정돼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됐습니다.

실제 변기에 걸터앉아 옷을 벗거나 입으려면 상반신을 뒤로 눕혀야 하는데, 돌출돼 있는 등받이 때문에 몸이 앞으로 미끄러지기 일쑤였습니다.

공간이 협소해 손을 쓰기 힘든 화장실도 있었고, 양쪽으로 팔 지지대가 없는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건물에 따라 화장실 형태와 시설이 저마다 달라서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서울 서초역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방의 경우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애인 화장실은 설치했지만 입구가 좁아 휠체어 이동이 힘들기도 하고, 화장실 내부에 청소도구나 각종 기자재가 쌓여 있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대구에서 살고 있는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역 주민센터나 공공시설에 외부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화장실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한번은 주민센터에서 대여하는 휠체어를 장애인 화장실에 보관해서 정작 휠체어 탄 장애인이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할 화장실뿐만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화장실과 같은 시설물 접근권뿐 아니라 이동권과 정보 접근권 등 전반적인 장애인 접근권 문제를 지적합니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정부의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존재하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특별교통수단 예산 반영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저상버스 운행하지만 정작 버스정류장은 열악”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특별교통수단 확보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시설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운용되는지 점검하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정작 버스정류장은 휠체어가 이동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지난 2022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애인단체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참정권 또한 제약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1항에서는 ‘국가가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하는 것을 엄중히 금지한다’고 규정합니다.

또 4조1항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12명은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보조 지원을 거부당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은 이동이나 손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으로 투표보조 지원이 필요한 신체 장애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과 법원의 임시조치 조정결정에 따라 발달장애인도 투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장애인 투표지원이 안 되는 건 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단체에도 항의가 많이 들어온 상황”이라며 “선관위에서 아직 이행 절차가 남아 있다는 설명을 내놨는데, 어떤 경우에도 투표권 행사에 제약이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박만규 인턴기자 mankyu@etomato.com

 

 

 

 



newstomato.com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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