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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선분양 명암)③전문가 "소비자 관점에서 적절한 조화 필요"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공동주택 하자 관련 분쟁이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후분양제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선분양의 위험성이 드러났고,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며 장기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방식인 후분양제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4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후분양 비율은 16.2%로 전년 8.3% 대비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분양제도는 1970년대 초반부터 주택대량공급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당시 급격한 도시화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사업체가 주택을 완공하기 전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건설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전에 자금을 확보해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죠. 

 

수분양자는 목돈 마련 부담이 적었고, 분양 가격이 통제된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각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형적인 공급방식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주택을 보지 않고 사전에 구입하다 보니 실제 완공된 주택과 다른 경우도 있었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할 땐 주택사업자가 부도나거나 공사 중단으로 입주가 지연되는 피해도 발생했죠.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분양보증제가 도입됐고요. 

 

노무현 정부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좌절됐고,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1월 재건축 후분양 제도를 폐지해 민간 후분양이 자취를 감췄죠. 박근혜 정부는 공급 물량 조절을 위해 단기적 조치로 수도권 미분양 물량에 대해 일부 후분양 전환을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후분양 활성화 대책을 추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 상승세에 본청약 시점을 앞당긴 사전청약을 발표하며 미온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죠.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 제도 개선 필요…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후분양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위험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제도죠. 그러나 건설사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조달 과정에서 이자 비용이 발생합니다.

완공 후 주택 임대 과정에서도 매년 재산세 등 보유세를 감당해야 하고요. 이에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 조달이 어려워 사업 추진이 어렵고, 대형 건설사들 역시 현재 주택금융 환경에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허지행 HUG주택도시금융연구원장은 "주택 품질은 분양 방식과 크게 관계가 없고, 후분양을 하더라도 중간에 자금조달이 안 돼 공사가 중단되면 품질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선분양과 부실시공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후분양은 기금 등으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공공에서는 가능하겠으나 민간에서는 자금력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사업 비용을 융통하기 쉽지 않고, 주택 가격 하락 시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민간에서 이뤄지는 후분양은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나 미분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기 자금을 들여 후분양하는 것보다 초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현금을 확보하는 선분양을 선호하기 마련"이라면서 "결국 후분양은 분상제에 걸리거나 당장에 시장이 안 좋아 미분양 날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위원은 "현재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가는 상황이고, 사람들이 점차 까다롭게 집을 고르며 결국엔 자연스럽게 후분양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후분양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지만 수요자는 목돈 마련 부담이, 사업자는 자금 조달 등의 문제가 있는데요. 도입 과정에서 양면성 고려하되,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택금융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사업자의 자금조달 리스크를 선분양으로 해결했는데, 문제는 상품의 질을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주택금융 시장이 발달하면서 시행사에 대한 자금 제공이 원활해지고 수분양자들이 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점차 후분양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제도 안착을 위해선 주택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포용성을 제고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정석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선분양보다는 후분양이 준공까지 여유가 있어 상대적으로 부실시공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리스크 역시 사업 주체와 소비자가 나눠지는 구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후분양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는 공공이 후분양을 시행해 보고 문제점 등을 보완해 민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newstomato.com |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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