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중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심사기준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어떤 조건을 요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고평가 논란과 특정 사업의 편중 구조 등이 문제가 된 만큼 당국이 혁신성뿐만 아니라 자금력이나 사업모델 등에 대한 세부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컨소시엄 "소상공인·중소기업 특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 네 번째 인터넷은행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할 방침입니다.
당국은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기준을 마련해 연내 희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예비인가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출범은 내후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은 더존뱅크와 유뱅크, 소소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총 5곳입니다.
이들은 대형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로운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 컨소시엄은 기존 사업자와의 차별점으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특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의 허리를 맡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영업에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인터넷은행이기에 내세울 수 있는 혁신을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새로운 자본 공급처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당국에서도 새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특화은행의 필요성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당국은 최근 10년 이내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안정성 제고를 꼽은 바 있습니다.
기존에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자금 공급 역할을 해왔는데,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이 훈풍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가운데 더존뱅크가 경쟁의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솔루션 기업 더존비즈온의 방대한 고객 정보에 리딩뱅크 신한은행을 등에 업고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과 NH농협은행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소호은행도 주요 주주인 KCD가 신용평가사인 한국평가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의 사업 역량을 중심으로 한 신용평가 도입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가운데, 우리은행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현대해상이 비중있게 참여한 상태이며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렌딧, 루닛 등 핀테크 업체들이 주요 주주로 동승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고심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MZ뱅크는 농업 유관단체가,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 유관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영업에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새 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새로운 자본 공급처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사진은 스마트폰 화면의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 화면 모습. (사진=뉴시스)
건전성·사업모델 제시해야
현재 제4인터넷은행 선정 기준 가운데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가 대주주 문제로 영업 중단을 반복하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균형있는 주주 구성이 숙제로 보입니다.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함께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비금융업권 투자자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증자에 협조적이면서 타업권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주 구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 컨소시엄들 또한 이에 대해 인지하고 탄탄한 우군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다만 일부는 사실상 스타트업이나 다름 없어 건전성 관리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컨소시엄들이 기존 인뱅과의 차별점으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특화 금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모델 제시도 필요합니다.
정교한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한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채우지 못한 부분을 컨소시엄들이 어떤 방식으로 채워가겠다는 건지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소상공인 특화 금융의 경우 은행권을 넘어 상호금융권까지 넓히면 이미 1000조원에 가까운 소상공인 대출이 나가 있는 상황입니다.
실물 점포도 없는 인터넷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금융과도 경쟁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세밀한 청사진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힌 사업모델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공급에 머물러있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점입니다.
은행이 대출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현재 컨소시엄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구체화는 없이 특화 대출만을 내세운 모습입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4인뱅이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예대업무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위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뿐 아니라 근로자의 금융니즈까지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할 것인지 중점적으로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