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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수출 호황? 경기 바닥!…기업들 ‘한숨만’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10월 역대 1위 수출실적 등에 대한 정부의 경기낙관론에도 체감경기는 엄동설한입니다.

원인을 따져보면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실질 산업경기는 수출액과 다른 기조가 나타납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금액이 커져서 수출이 사상 최대였지만 정작 기업 이익률은 2022년 이전보다 못합니다.

반도체도 삼성전자 사과문 쇼크 속에 SK하이닉스만 호실적이 부각됩니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이하 기업들은 되레 실적이 감소해 양극화도 극심합니다.

거기에 국민은 고물가 부담을 짊어진 채 내수경기도 부진한 터라 체감경기가 바닥권이란 결론에 이릅니다.

 

 

‘엄중한 경제’ 감추는 수출 신기루

 

21일 관세청은 11월 1~20일 기간의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달 10월 중 역대 1위 수출액을 찍은 데 이어 수치상으론 호조세가 이어집니다.

이는 정부가 수출을 근거로 경기회복세를 진단한 것처럼 경기낙관론을 부추깁니다.

정부는 전날에도 1~10월 9대 주요지역 중 7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면서 “주력시장과 신흥시장에서 고른 증가세를 보인다”고 긍정평가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날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경제인협회 주요 사장단은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긴급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는 이제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2% 성장률 달성도 버거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내수는 가계부채 등의 문제로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마저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환경 악화로 앞으로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같은 경제계 성명은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취지지만 경기낙관론을 펼치는 정부 입장과 상반됩니다.

 

수출 호조도 내실이 부족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코스피 상장사 연결실적 기준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비 각각 4.87%, 64.45%씩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2년만 못합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7.03%입니다.

2022년엔 7.31%였습니다.

2021년에는 8.65%였습니다.

작년에만 4.48%로 떨어져 올해 기저효과가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같은 기간 전체 코스닥 상장사 연결실적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6.22%, 29.29%씩 감소해 코스피와 양극화도 나타납니다.

코스피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까지 연결된 실적입니다.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대기업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이 코스닥에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수효과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기전자 압도적…사실상 SK하이닉스만 호경기

 

구체적으로 2024년 코스피 상장사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은 4.9% 소폭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3.6% 성장에 그칩니다.

영업이익은 65% 증가했는데 삼성전자를 빼면 42% 증가율로 떨어집니다.

2023년 같은 기준에서 매출액은 0.29% 성장했는데 삼성전자를 빼면 2.51%였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37.98% 감소했는데 삼성전자 제외 시 19.95% 감소한 수치로 완화됩니다.

즉, 지난해 삼성전자가 크게 부진했다가 올해 반등한 기저효과가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수치를 만들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만 호실적인 경향도 부각됩니다.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비 2018.48%나 폭증했습니다.

반면 건설업, 기계, 비금속광물, 유통업, 종이목재, 철강금속, 화학업종은 모두 감소했습니다.

각각 13.05%, 22.01%, 3.93%, 3.62%, 0.59%, 16.2%, 37.12%, 35.02%씩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앞선 10월 수출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역대 10월 중 최대였고 철강 수출도 9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한 것과 연결성이 떨어집니다.

 

실적이 호전된 쪽은 흑자전환한 의료정밀과 전기가스업, 그 외 38.19% 증가한 운수창고업 등입니다.

증가율은 전기전자가 단연 압도적입니다.

국민은 고물가 부담에 소비위축 됐고 이로 인해 내수산업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전기요금 등이 올라 전기가스업 실적이 증가한 정황은 국민 생활고를 가중시켰습니다.

 

전기전자 중에도 삼성전자 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고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실적에 사과문까지 내놓는 등 양사간 편차가 컸습니다.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연이어 폭락해 이재용 회장 등 최대주주일가의 주식담보가치도 하락했고, 10조원 자사주 취득안에 이른 충격파가 번졌습니다.

 

산업연구원이 전문가들에게서 파악한 10월 반도체 업종 경기요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증가 ▲AI 관련 수요 견조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 지속 등입니다.

이에 비추면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공급해온 SK하이닉스만 사실상 호경기로 풀이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작년 동분기에 비해 좋은 것은 작년이 너무 안 좋았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올 9월에 비해 10월 수출은 오히려 조금 감소했다"며 "3분기 성장률이 0.1%였음을 고려하면 4분기를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대응보다 경제구조 문제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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