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지방 백화점 시장의 침체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수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에 이달 초부터 2주가량 이어진 탄핵 정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심화한 탓입니다.
여기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방소멸 현상이 본격화하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그간 지방 백화점은 지역 상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인구 감소로 힘을 잃으면서 버텨내지 못하고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주요 23개 유통 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증가한 15조27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온라인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9% 늘었습니다.
반면 백화점을 비롯,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출은 작년 대비 증감률에서 변동이 없었는데요. 이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추고 생필품을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SSM(7.1%), 편의점(3.7%) 매출은 상승했지만, 오프라인 유통 축소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각각 2.6%, 3.4%씩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방 소재 백화점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백화점 점포 수가 많은 롯데쇼핑은 지난 6월 30일 '롯데백화점 마산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이는 롯데쇼핑이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리뉴얼 한 이후 10년 만의 일입니다.
매출 실적이 전국에서 최하위에 머무른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부산 소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 절차도 공식화했는데요. 현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매각 자문사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추가적으로 다수의 매출 하위권 점포를 대상으로 다양한 구조조정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도권에서도 매출 정체가 뚜렷한 백화점들의 폐점 행렬이 예고돼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매출 부진을 이유로 내년 2월 영업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1996년 개점 후 약 28년 만의 일입니다.
또 서울 구로구 소재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역시 내년 6월 폐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방 및 수도권 외곽 지역의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은 내수 침체에 따른 경제 양극화 현상이 백화점 업계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같은 경기 침체 여파라 해도 고정 수요층이 탄탄하고, 악재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갖춘 수도권 주요 점포와 비교해 지방 점포는 이를 견뎌낼 힘이 없다"며 "특히 지방 점포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다루는 제품들을 많이 취급해 차별화가 없다는 지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로 인한 경쟁력 악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소멸 가속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구 급감과 함께 주력으로 돈을 쓰는 소비층이 사라지면서 지방 백화점의 위기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은 통상적으로 그 지역의 가장 우수한 상권에 위치하기 마련"이라며 "그럼에도 이들 점포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날들이 지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력 수요층 감소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지방소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야외광장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