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고분양가에 선호지역에 대한 청약 당첨 기준이 높아지면서 청약통장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한 달 전인 10월보다 11만명 이상 줄었는데요. 이는 22개월만에 최대치입니다.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는 상황이어서 청약통장 이탈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2660만936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0월의 2671만9542명 보다 11만176명이 감소한 건데요. 지난 2022년 1월 한 달 만에 15만4996명이 감소한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입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올해 7월을 기점으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전월 대비 청약통장 가입자수 감소폭은 2만2900여명이었는데, 8월에는 3만8600여명, 9월 3만8800여명, 10월 7만4700여명을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의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고(240만원→300만원), 청약통장 금리인상(0.3%포인트), 기존 입주자저축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허용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했지만 청약통장 인기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첨 가점이 높아지면서 청약 당첨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데다, 당첨이 되더라도 치솟은 분양가로 인해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공공사전청약 피해자모임이 지난 10월 과천 주암지구 사전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본청약을 포기할 경우 '분양가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720만7000원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서울 소재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4530만9000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에 공공택지 분상제가 적용되면 많게는 1000대1까지 경쟁률이 치솟다보니 신혼부부나 노부모 부양, 생애 최초, 다자녀 특공 등의 유형을 제외하면 당첨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그럴 경우 차라리 기존 구축 아파트 매입, 입주 5~10년차 이하 아파트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청약 통장 해지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청약 당첨 가점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청약 통장 이탈 행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2020~2024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당첨 가점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전국 민간 분양아파트 당첨 가점 커트라인(하한선)은 평균 50.9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점수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서울 선호지역 청약 당첨 커트라인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현재까지 당첨자 발표를 한 서울 30개 아파트의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63점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커트라인 평균은 72점에 달합니다.
함영진 랩장은 "부양 가족 수 등이 더 높은 가점을 받는데다, 2년만 지나면 1순위가 되기도 하는 등 지금 당장 청약통장을 유지해야하는 이유가 없다면, 기존 주택보유자나 급전이 필요한 경우 청약통장을 폐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거래량이 줄거나 분양 시장이 냉각되는 경우 청약통장 무용론은 늘 존재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