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임직원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 개정 논의는 1년째 감감무소식입니다.
"정무위 현안에 밀려 처리 지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의 임직원에게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논의가 1년째 지지부진합니다.
현행 은행법과 상호저축은행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임직원이 횡령이나 배임을 일으켰을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에 횡령사고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제재에 나설 근거가 없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여신전문금융업권에서만 총 369억3200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롯데카드 직원 두 명이 105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질렀는데요. 여전법상 행정 제재 명분이 없어 금감원은 이를 적발하고도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쳐야 했습니다.
그동안 카드사, 캐피탈사 등은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고객의 돈을 맡아 예탁하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횡령·배임 가능성이 낮은 업종으로 분류됐습니다.
대규모 금융사고가 주로 예탁금에서 발생하는 만큼 여신전문업권은 규제 필요성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업권에서도 횡령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카드사 직접 제재를 내리기 위한 법 근거 마련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강 의원은 지난 8월 같은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그는 "금전사고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 직무배제, 면직, 정직, 감봉 등 금융당국의 신속한 제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전사와 상호금융권이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더딘 상태입니다.
쟁점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 규모가 큰 1금융권과 상호금융권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임종룡 회장이 주요 금융그룹 회장으로서는 최초로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는데요. 반면 국감에서 카드사 캐피탈사와 같은 여전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은 전무합니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정무위에서 다뤄야 할 현안이 많아 밀린 것 같다"며 "정기국회 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전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확실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은 관련 임직원이나 기관을 직접 제재할 수 없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사진=뉴시스)
카드사 자구책 의존
당국의 카드사 임직원 직접 제재 법안이 국회 계류된 가운데 카드사들은 내부통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23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기존의 6개 위원회가 7개로 늘었습니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전체 인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이사회를 대신해 KB국민카드의 내부통제 기본방침과 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롯데카드는 지난 8월 카드업계 처음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신한카드도 올해 안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도 이사회 논의 후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카드는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내부통제위원회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지난 7월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 안에 설치하도록 규정한 기구입니다.
최근 횡령·배임 등 금융권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법률 개정을 통해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돼 금융사는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라며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방향에 맞춰가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떠도는 사이 카드사들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