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유통 시장이 경기 둔화와 고환율 영향을 받으면서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유통 기업들은 이 같은 난관 타개와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잇따른 희망퇴직을 단행,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문제는 기업들이 내년에도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인력 감축과 투자 축소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는 최근 영업·물류직 고연령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코카콜라음료의 희망퇴직은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처음인데요.
LG생활건강 광화문빌딩 전경. (사진=LG생건)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희망퇴직 배경으로 실적 부진을 꼽았습니다.
코카콜라음료는 영업이익이 2014년 이후 8년간 연평균 13.7%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2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는데요. 여기에 음료 판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영업 및 물류 담당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지난 6월에 이어 2차 희망퇴직 단행에 나섰습니다.
접수는 내년 1월 6일까지로 희망 퇴직자에게는 6개월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됩니다.
지난 2020년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롯데온은 매년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데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15억원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마트도 이달 6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접수에 대해 공지했는데요. 희망퇴직 단행 통보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마트 측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유통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 요구에 대한 지원을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한파가 이어져 국내 기업들의 희망퇴직 행렬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경제 단체가 실시한 경영 전망 조사에서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긴축 경영의 방안으로 인력 감축을 통한 조직 슬림화, 투자 축소 등을 꼽은 만큼 올해부터 본격화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힘들다 보니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며 "당장 힘들고 지치겠지만 내년에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는 만큼,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회복이 더딜 경우 향후 이러한 기조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