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언제부터인가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Automated Teller Machine)을 이용할 때 수수료가 없는 게 당연해진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분명 몇 백원의 수수료가 부과됐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수수료가 부과되면 흠칫하는 게 현실이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수수료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무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원래 공짜가 아니라 은행이 소비자에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 상업은행은 계좌 유지 수수료와 ATM 수수료 등 은행 고유업무와 관련된 수수료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이자이익 가운데 고유업무 관련 수수료 비중이 13% 내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예금 잔액, 창구 단순 업무, ATM 관련 수수료 신설 및 인상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대출자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온·오프라인 송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취약 대출자의 중도상환수수료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실정입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미국 상업은행과 같이 예금계좌 관련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은행들이 수취하는 수준(총 예수금의 0.27% 정도)으로 예금계좌서비스료를 수취한다고 가정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약 9.3%포인트 오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은행이 부과하는 100가지 이상의 수수료 중 자동화기기(ATM) 인출 또는 타행 송금 때 붙는 수수료를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수수료 인상 또는 합리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에 금융거래 수수료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 일부 은행이 ATM 이용 수수료나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을 부과하려고 시도했으나 거센 역풍을 맞으며 이내 물러난 바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러한 모습이 한국 금융 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는 모습입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