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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자본시장제도 개선 ‘포퓰리즘’ 논란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정부가 자본시장제도 개선을 위해 내세웠던 방안들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자사주 활용 금지, 이사충실의무 확대,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입니다.

이들 방안은 쪼개기 상장 이슈, 코리아디스카운트 밸류업 등을 배경으로 정부가 추진의사를 내비쳤던 대책이었습니다.

일부는 총선 직전에 발표돼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정작 선거 후 차일피일 미뤄져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단 한개도 시행 못된 자사주 규제

 

8일 정부에 따르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총선 전에 발표됐는데 지난 6월초 입법예고 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무소식입니다.

정부는 3분기 중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약속된 시일을 넘겼습니다.

당초 자사주 규제로 자본시장법, 상법, 공정거래법 등 법률개정안이 국회서 하나도 통과되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꺼냈습니다.

시행령 개정은 법률 개정 없이 위헌이란 지적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명확한 사유가 알려지지 않은 채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애초 당정이 동의했다면 법률 개정도 가능했습니다.

 

근래 자본시장 규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것에 대해선 여당이 부정적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던 이사충실의무 확대 방안도 야당에서 발의하자 여당이 반발합니다.

의무공개매수도 정부가 국정과제 때부터 밸류업까지 발표한 이후 진척된 게 없습니다.

 

결국 생색만 낸 결과인데 그 사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고려아연과 한화간 교환했던 자사주를 총수일가 회사(한화에너지)가 매수하는 등 소액주주와 이해충돌 되는 자사주 활용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직후 기습 유상증자가 공시돼 금감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는 등 논란을 샀습니다.

앞서 정부가 자사주 규제에 나섰던 동기는 “의결권,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는 자사주가 신주 배정돼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된다”는 비판을 수용(금융위 보도자료에 명시)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인적분할 시에만 규제하기로 했는데, 그나마도 미뤄지는 형편입니다.

 

규제 무풍지대…자사주 팔색조 활용

 

지난 10월 4~23일 이뤄졌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자사주 실질가치보다 높은 매입가로 취득함으로써 이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한국ESG연구소는 짚었습니다.

이후 10월30일엔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금감원이 당일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대해 거짓 기재나 누락 등 소지가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 효력 정지시켰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3, 시행령 제176조2에 따르면 유상증자 일반공모증자의 경우 청약일 1개월 전부터 청약일까지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청약일은 12월3일, 자사주 취득 종료일은 10월23일이라 법률 규정은 넘겼습니다.

그런데 미공개중요정보가 있는 경우 그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도 자사주 취득 또는 처분, 신탁이 불가합니다.

유상증자정보가 취득 당시 형성됐다면 법률 위반이 되기 때문에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고려아연이 기존 자사주 교환으로 형성했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하기로 한(12월9일 시간외매매) 건은 중간단계를 빼면 자사주를 총수일가에 신주배정(3자배정)한 결과입니다.

지난 7월26일 한화는 취득단가 3만원에 공개매수한 바 있으며, 이번 블록딜은 주당 2만7950원에 이뤄집니다.

매각거래 체결일 11월5일 기준 과거 1개월 가중평균주가로 정해졌는데, 공개매수 때 포함됐던 프리미엄은 빠진 셈입니다.

 

과거 총수일가와 연결된 재계의 자사주 신주발행이나 3자배정 사례에선 회사이익보다 사적이익에 의한 이사회 결정으로 주주와 이해상충할 소지, 신주발행이나 3자배정에 대해 사전 알지 못하거나 참여하지 못한데 따른 주주권리 침해 소지, 유리한 조건의 배정 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등으로 논란을 샀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사주 활용 금지, 의무공개매수, 이사충실의무 방안에 대해 “금투세 폐지 이후에 자본시장선진화를 위해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리스트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보다 근본적인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자본시장 선진화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도 “여야 공히 자본시장 발전과 관련해서 겉보기에는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에 불과해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망이다.

너무나 후진적인 환경에 의해 혹독한 저평가 구간에 위치한 우리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이 맹탕 대책이 아닌 진심이 담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당장 올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재계 경제단체들은 근래 자본시장 규제법 발의에 대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며 “이사에 대한 배임죄 고발, 손해배상책임 소송 등 남소 가능성도 높인다”고 반대합니다.

 

이와 관련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결국 '주주간 이익 상충'을 발생시키는 의사 결정에 대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다.

이에 대한 반대는 '어떤 주주는 나머지 주주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하는데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철학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로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지적하는데, 상법 등 자본시장 제도가 개선되면 투자 등 미래 대비가 어려워진다는 재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권리가 강화되면 자금 조달은 더 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재계의 주장은 '내 지배력이 유지되면서 사업을 확장하기 쉽게 도와달라'는 것에 불과하고 이제는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여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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