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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IT 엔씨 '독립 개발 스튜디오' 출범…노조 "고용안정 보장하라"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반발했습니다.

 

이날 판교 사옥에서 열린 주총에서 게임 개발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 △AI 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 등 비상장 법인 네 개 출범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는 MMORPG '쓰론앤리버티(TL)', 빅파이어 게임즈는 슈터 게임 'LLL', 루디우스 게임즈는 전략 게임 '택탄(TACTAN)' 사업 부문을 담당합니다.

엔씨 에이아이는 AI기술 전문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등 AI 기술 고도화를 추진합니다.

신설 법인은 2025년 2월1일 출범합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올해 5월까지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10월 분사 법인 엔씨QA·엔씨IDS를 출범하고 추가 분사에 속도를 내왔습니다.

 

엔씨소프트 '우주정복'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판교 엔씨소프트 임시주주총회장 앞에서 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게임 기자단)

 

박병무 "절실함·창의성·도전정신"

 

엔씨소프트는 이날 주총에서 분사 이유로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게임 사업 성공을 들었습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너무나 많은 게임이 만들어지고, 그걸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이 부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겠다는 게 첫째"라며 "둘째로는 본사에 너무 많은 인력이 집중돼 있어, 이게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면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절실함과 창의성, 도전 정신을 돋우기 위해서 독립된 스튜디오로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라는 판단이 컸다"며 "본사에 있다 보니까 전혀 다른 장르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성공 공식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창의성들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송가람 '우주정복' 지회장(사진 가운데)과 조합원들이 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게임 기자단)

 

노조 "경영 실패 책임 전가"

 

노조는 사측이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해 고용 불안을 키웠다며 반발했습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우주정복)는 주주총회장 앞에서 분사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송가람 우주정복 지회장은 이날 박 대표 발언이 기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송 지회장은 "직원들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봤다면 리니지류 게임 위주의 개발에 대한 내부적으로도 경고 메시지가 많았고, 비리니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많았다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임원들의 얘기만 가까이서 듣다보니 '다들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하더라'는 삼척동자도 속을리 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정상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경영진이라면 '다들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 하니 분사를 시켜야겠다'가 아니라,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하는 그런 간신 같은 조직장과 임원들을 쳐내고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을 조직장이나 임원 자리에 앉혀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어서 위기를 극복했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박 대표가 구조조정을 대가로 거액을 챙겨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송 지회장은 "박 대표는 이 회사를 구조조정 해서 성과보수를 받아나가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김택진 대표도 그것을 목적으로 박 대표를 불러들인 것으로 생각된다"고도 했습니다.

 

또 "'본사에 다 같이 있으니까 직원들이 절실함이 떨어지더라'라는 헛소리를 하던데, 분사 후에 잘 안되서 폐업하면 직원들의 절실함이 부족해서였다는거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분사의 자율성 보장'이 모순이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송 지회장은 "박 대표는 분사시키는 목적으로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해서'라고 했다"며 "정작 분사한 이후에도 분사시킨 법인의 게임 개발 관련 결정은 본사의 신작 평가 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면서도 자율성은 보장 받을 수 있을거라는데, 이 무슨 앞뒤가 안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그러면 분사하지 않고도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분사 3년 후 폐업 시 본사 복귀 보장'에 대한 요구를 등한시하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송 지회장은 "직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폐업시 복귀 조항'에 대해, 구현범 부사장은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며 "직원들은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누구 마음대로 안 중요하다는거냐"고 따졌습니다.

 

또 "분사 후 성과급 지급 방안이 더 좋아질 거라 해놓고, 어떻게 좋아지는지는 공개할 수도, 계약서에 적어줄 수도 없다던 그 발언"이라며 "이게 진정 5000명 직원이 다니는 회사 임원이 한 얘기가 맞느냐"고 말했습니다.

 

송 지회장은 경영진에 대해 "더 이상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도 없고 비전도 없다"며 "어떻게 하면 기존 라이브 서비스의 매출을 잘 빼먹을지 고민만 하다가, 이제는 거위 배도 가르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와 경영진은 이제 그만 귀를 열고 소통을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비전과 철학 없이 계산기만 두들겨서는 결국 엔씨소프트가 망하는 길로 이끌 뿐"이라며 "더 이상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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