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폐업한 상가 모습 (제공= 뉴시스)

 

'먹튀'를 당했습니다.

 

피부과 시술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적지 않은 금액을 선결제 해뒀는데, 갑자기 해당 업체가 폐업을 했습니다.

최근 헬스장과 피부과 등 많은 업체들이 갑작스러운 폐업을 해 많은 피해자들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뉴스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제가 그 피해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소식을 볼 때마다 '당한 사람 참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피해자가 되어 보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전화를 해 보니 받지 않고,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사라졌고, 업체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먹튀는 원래 속어이자 약자의 일종으로, '먹고 튄다'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거나 이익만 챙겨서 떠나는 경우를 뜻하죠. 국립국어원에 표준어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만큼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그만큼 현실에는 먹튀가 너무나 만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헬스장, 피부과 폐업으로 인한 저 같은 피해자들 외에도, 식당 먹튀는 물론 한동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빌라왕 사건의 피해자들 등 먹튀 피해자들은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먹튀의 경우 전혀 피해를 예상할 수 없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합니다.

선택을 잘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꼬일 수도 있죠. 특히 먹튀를 잘못 당하면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먹튀를 당했다고 해서 제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분명 선택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고민을 했고, 결과는 제 손아귀를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먹튀 피해자는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해당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누구도 찾아주지 않습니다.

피해자인 제가 직접 찾아야 합니다.

만약 해당 사업자가 폐업을 했다면 그 과정이 더 어렵고 복잡해집니다.

고소도 해야 합니다.

물론 제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합니다.

피해자인데도 말이죠.

 

개개인이 신중하게 행동해서 피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예측 가능한 안전한 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없어진 사회, 먹튀주의보가 당연한 사회 만큼 안타까운 현실이 있을까요.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