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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IT (토마토칼럼)AI목소리의 주인은 누구?


최근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TV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싱크로유'라는 예능 프로인데요. 요즘 'AI 커버' 음원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인기인데, 이를 공중파 방송에서 나름의 윤리적 기준에 맞춰 콘텐츠화 한 것입니다.

홈페이지상 프로그램 소개는 이렇습니다.

'AI 가수와 진짜 가수의 소름 돋는 싱크로율 속에서, 1%의 차이를 발견해내는 버라이어티 뮤직 쇼'. 이제 시청자는 모창 가수가 아닌 AI 가수와 지능 싸움을 해야합니다.

 

AI가 일상 속으로 속속 침투하는 요즘, 시대적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이 예능 프로는 파일럿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블라인드 무대 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진짜 사람이 부른 것인지 아니면 AI 목소리인지 가늠하고 있노라니 신기하긴 합니다.

노래를 기계처럼 정확하게 부르는데 진짜 가수의 목소리임이 밝혀질 때도 그렇지만, 내가 아는 가수의 숨소리나 노래 습관, 엇박자까지 그대로인데 AI임이 드러날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요. 국민MC의 진행 아래 유명 연예인 패널들과 함께 추리의 과정에 참여하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합니다.

아, 미리 밝혀두자면 이 프로그램은 잘못이 없습니다.

사전에 가수들의 동의를 얻은 음원만 방송에서 공개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끝이 개운치 않았던 이유는, AI 커버 음원을 듣고 있자니 앞으로 산업 각 분야에 걸쳐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갈등 상황이 자연스레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목소리에 대한 저작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지칭합니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창작물이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이 붙는 것이죠. 여기서 창작물이란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한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노래의 저작권은 인정되지만 목소리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노래는 창작물이지만 목소리 자체는 창작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AI 시대를 맞아 이 목소리를 복제하는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작권(copyright)은 말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 만든 AI 커버 음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목소리를 학습시켜 AI로 만들어낸 노래는 엄연한 창작물로 봐야 할 겁니다.

결국 창작물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목소리 주체의 동의 없이 AI커버 음원이 만들어져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AI 커버 음원 외에도 앞으로는 목소리 복제 및 생성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AI가 발전해나가는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미국 테네시 주에서는 이른바 '엘비스 법'이 가결돼 올해 7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생성형 AI에 무단으로 학습시키는 행위를 금지한 것입니다.

AI도 창작을 하려면 인간처럼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학습의 소재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 셈입니다.

 

아직 AI 걸음마를 떼며 선진기술을 따라가기만 바쁜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입니다.

비록 늦은 출발점에 섰을지라도, 머지 않아 곧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갈등은 미연에 방지하며 가려는 당국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데이터를 사용하는 문제와 그 대가를 정당히 치르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어쩌면 AI 강국으로 가는 길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newstomato.com |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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