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12·3 내란 사태의 장본인인 윤석열 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극렬 지지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며 저항했습니다.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와 반성 없이 오히려 마지막까지 안하무인의 태도를 드러내며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공수처와 지지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온종일 전운 감돈 '한남동 관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2일(오후 5시 기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계 근무를 섰습니다.
경호처는 대통령 안위에 위해가 되는 상황으로 판단하면 경호 임무를 위해 그 원인이 되는 공수처의 관저 진입까지 막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경호처는 지난달 31일 법원이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적법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 씨의 경호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경호처는 지난달 27일 '삼청동 안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도 막았습니다.
경호처는 물론 윤 씨의 지지자들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가능성도 있는데요. 전날 밤 윤 씨의 편지 메시지로 지지자들이 더욱 몰려 이날 집회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상황 전개에 따라 경찰과 경호처, 지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가열되면서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상목 압박한 참모진…되레 '사의 철회'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 강행을 계기로 윤 씨와 그의 참모진이 내란을 비호하는 행보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전날 최 대행에게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됩니다.
다만 국정 안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실 참모진이 최 대행을 되레 압박하는 행태를 두고 '내란 엄호'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체포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여론전에 치중하는 윤 씨와 공조 수위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은 일단 사의를 거두고 대통령실에 잔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대행이 사의를 반려한 데다, 국정 안정을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를 보좌해야 할 이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의식한 것인데요. 무엇보다 주요 참모진이 전원 사퇴하면 대통령실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싸우겠다"…지지자 앞세운 '윤석열'
전날 밤 윤 씨가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사실상 내란 선동으로 읽히는 부분입니다.
윤 씨는 편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이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체포 가능성이 높아지자 윤 씨가 편지를 통해 강성 지지자와 극우 유튜버 등에게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 흔들림 없이 싸워달라고 주문한 겁니다.
수사를 앞두고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석열 씨 지지자들이 공수처의 체포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강성 지지층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자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탄핵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윤 씨의 편지 메시지에 대해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지지자들이 자신을 계속 지지해 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면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잘못했다고 이야기 안 할 것"이라며 "일관성을 지키면서 끝까지 국민과 유리된 판단을 내릴 것이고, 다시 사면 받고 돌아갈 때 다시 그 지지자들 모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 씨가 경호처는 물론 지지자들까지 동원하며 저항하는 이유는 일단 체포되면 이후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까지 이어지는 수순을 막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윤 씨의 수사 불응 태도가 분명해 구속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윤 씨는 그동안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3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에 2차례 불응한 바 있습니다.
박주용·차철우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