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는 실사 그래픽을 강조할수록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실제 같은 경험을 주거나 생략해야 하는지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죠.
지난 16일 부산 '지스타 2024' 현장에서 해본 크래프톤(259960)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inZOI)'는 현실감에 대한 개발진의 고민을 한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여성 캐릭터 홍만이 노래하는 남성에게 말을 건 뒤 뒤돌아서고, 남자는 한 바퀴 돌아와 대화를 시작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아직도 어색한 소통
언리얼5 엔진으로 만든 인조이는, 게이머가 고양이 신이 운영하는 'AR 컴퍼니'의 직원이 돼 가로세로 600m 규모의 마을에 사는 인간(조이)들의 삶에 개입하는 인생 시뮬레이션입니다.
제목은 그리스어로 삶을 뜻하는 'ZOI'에서 착안한 말로, '삶의 즐거움'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조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연판이 출품됐는데요. 아쉽게도 캐릭터가 다른 인물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여전히 어색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지난해와 같이 여성 캐릭터 '최홍만'을 생성했는데요. 해변에서 노래 중인 남성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실제라면 마이크 앞에 선 남성이 고개를 돌려 대화했겠지만, 시연판에선 소통하는 방식이 특이했습니다.
홍만이 갑자기 남성을 등진 채 뒤돌아서고, 남성은 그런 홍만 앞으로 돌아간 뒤에야 대화를 시작한 겁니다.
상호작용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홍만이 모래밭 위에 있는 공을 갖고 놀 때, 반드시 특정 위치로 걸어간 뒤에야 공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선 장소도 공과 가까웠는데 말이죠.
이는 상호작용에 일정한 규칙을 적용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인조이는 실사 그래픽을 추구하는데, 상호작용 방식은 실제 인간과 동떨어지다보니 괴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식당에선 어땠을까요. 햄버거 가게에서 한창 식사 중인 사람의 식판을 빼앗아봤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아무런 저항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제 갈 길을 가더군요. 또 다른 사람의 식판을 빼앗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조이 속 마을은 게임 속에서도 화면 안에 들어있는 세상으로 표현된다.
게이머는 AR 컴퍼니의 직원이 돼, 이들의 일상을 관리한다.
마을 화면 아래에 직원용 키보드가 보인다.
(사진=이범종 기자)
실사 그래픽도 좋지만, 보기에 편해야 한다는 점도 제작진이 반드시 살펴야 하는 대목입니다.
홍만이 실내를 돌아다닐 때, 화면은 벽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캐릭터를 가까이 보는 시점에선 벽이 종종 화면을 가려, 시각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홍만이 침대에 누울 때도 침대 머리가 절반 정도 깨진 모습으로 화면 앞을 가렸습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한 게이머는 '3D 멀미'를 느끼기 쉽습니다.
인조이 제작진은 '게임적 허용'과 '실제 같은 경험'의 간극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시연판 설문조사의 첫 질문에서도 이 게임의 원조 격인 '심즈'를 해 봤는지 물었는데요. 주로 캐릭터를 멀리서 조망하는 심즈를 하던 이들이 시각적으로 불편함 없이 인조이를 즐기려면, 캐릭터와 게이머 사이에 세워진 벽 정도는 실시간으로 지워주는 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곤한 홍만이 침대에 누울 때, 화면은 침대 머리를 그대로 보여줘, 그래픽이 '깨지는' 느낌을 준다.
이는 벽 주변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진=이범종 기자)
CPC 기술에 기대
다행히도 앞으로 인조이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인데요. 크래프톤은 인조이에 게임업계 최초로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게임에 넣고 싶은 물건을 만들 때, 평면 사진만 입력해도 3차원 물체로 뽑아내 인조이 세계 속에 배치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크래프톤은 게이머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CPC(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CPC는 기존 NPC(조작 불가능 캐릭터)와 다른 개념으로, 게이머와 협력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처럼 상황을 파악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특징입니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을 인조이와 '배틀그라운드' 등 다양한 게임에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인조이 시연판에선 써볼 수 없었지만, 게이머가 같은 회사 직원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입력해 소통하는 장치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범종 기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실제 같은 경험을 주거나 생략해야 하는지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죠.
지난 16일 부산 '지스타 2024' 현장에서 해본 크래프톤(259960)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inZOI)'는 현실감에 대한 개발진의 고민을 한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여성 캐릭터 홍만이 노래하는 남성에게 말을 건 뒤 뒤돌아서고, 남자는 한 바퀴 돌아와 대화를 시작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아직도 어색한 소통
언리얼5 엔진으로 만든 인조이는, 게이머가 고양이 신이 운영하는 'AR 컴퍼니'의 직원이 돼 가로세로 600m 규모의 마을에 사는 인간(조이)들의 삶에 개입하는 인생 시뮬레이션입니다.
제목은 그리스어로 삶을 뜻하는 'ZOI'에서 착안한 말로, '삶의 즐거움'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조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연판이 출품됐는데요. 아쉽게도 캐릭터가 다른 인물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여전히 어색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지난해와 같이 여성 캐릭터 '최홍만'을 생성했는데요. 해변에서 노래 중인 남성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실제라면 마이크 앞에 선 남성이 고개를 돌려 대화했겠지만, 시연판에선 소통하는 방식이 특이했습니다.
홍만이 갑자기 남성을 등진 채 뒤돌아서고, 남성은 그런 홍만 앞으로 돌아간 뒤에야 대화를 시작한 겁니다.
상호작용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홍만이 모래밭 위에 있는 공을 갖고 놀 때, 반드시 특정 위치로 걸어간 뒤에야 공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선 장소도 공과 가까웠는데 말이죠.
이는 상호작용에 일정한 규칙을 적용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인조이는 실사 그래픽을 추구하는데, 상호작용 방식은 실제 인간과 동떨어지다보니 괴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식당에선 어땠을까요. 햄버거 가게에서 한창 식사 중인 사람의 식판을 빼앗아봤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아무런 저항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제 갈 길을 가더군요. 또 다른 사람의 식판을 빼앗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조이 속 마을은 게임 속에서도 화면 안에 들어있는 세상으로 표현된다.
게이머는 AR 컴퍼니의 직원이 돼, 이들의 일상을 관리한다.
마을 화면 아래에 직원용 키보드가 보인다.
(사진=이범종 기자)
실사 그래픽도 좋지만, 보기에 편해야 한다는 점도 제작진이 반드시 살펴야 하는 대목입니다.
홍만이 실내를 돌아다닐 때, 화면은 벽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캐릭터를 가까이 보는 시점에선 벽이 종종 화면을 가려, 시각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홍만이 침대에 누울 때도 침대 머리가 절반 정도 깨진 모습으로 화면 앞을 가렸습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한 게이머는 '3D 멀미'를 느끼기 쉽습니다.
인조이 제작진은 '게임적 허용'과 '실제 같은 경험'의 간극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시연판 설문조사의 첫 질문에서도 이 게임의 원조 격인 '심즈'를 해 봤는지 물었는데요. 주로 캐릭터를 멀리서 조망하는 심즈를 하던 이들이 시각적으로 불편함 없이 인조이를 즐기려면, 캐릭터와 게이머 사이에 세워진 벽 정도는 실시간으로 지워주는 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곤한 홍만이 침대에 누울 때, 화면은 침대 머리를 그대로 보여줘, 그래픽이 '깨지는' 느낌을 준다.
이는 벽 주변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진=이범종 기자)
CPC 기술에 기대
다행히도 앞으로 인조이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인데요. 크래프톤은 인조이에 게임업계 최초로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게임에 넣고 싶은 물건을 만들 때, 평면 사진만 입력해도 3차원 물체로 뽑아내 인조이 세계 속에 배치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크래프톤은 게이머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CPC(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CPC는 기존 NPC(조작 불가능 캐릭터)와 다른 개념으로, 게이머와 협력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처럼 상황을 파악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특징입니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을 인조이와 '배틀그라운드' 등 다양한 게임에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인조이 시연판에선 써볼 수 없었지만, 게이머가 같은 회사 직원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입력해 소통하는 장치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