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249일 11시간9분51초.
11월 중순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 속 가을볕을 맞으며 국회 경내를 산책하던 중 마주한 기후위기시계의 모습입니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로부터 4년 249일이 지나면 지구는 100여년 전보다 1.5℃나 뜨거워진다는 얘깁니다.
1.5℃라고 하니 크게 감이 안 오실 겁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시계 앞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5℃ 올라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폭염은 8.6배, 가뭄은 2.4배, 강수량은 1.5배 증가하게 됩니다.
에어컨 없이는 1분1초도 넘기기 어려웠던, 비만 왔다 하면 앞이 안 보이게 쏟아졌던 지난 여름과 같은 날씨가 한층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아직까지도 실내에서 모기가 종종 발견되는 것도 지구온난화 때문이겠죠.
지난 9월 국회 담장 밖에 있던 기후위기시계가 본청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연유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각인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의원회관과 본청을 오가는 길목에 위치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눈에 더 잘 띄도록 했지요.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내 활동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등과 함께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후특위 상설화 주장이 나오고는 있지만, 당장의 이익에 직결된 일이 아니라 그런지 어느 정당에서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종이 없는 국감'을 실천한 결과 A4 복사용지 박스 약 4341개 분량(양면 인쇄 기준)의 종이 사용을 줄였고, 관련 예산 1억2155만원을 절감했다는 홍보는 공허하게만 들릴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 명태균이란 이름이 온 정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과 공천 개입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여야의 대치 국면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오는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은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명분만 높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던 지난 14일. 표결을 앞둔 본회의장은 반대 토론에 나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야유와 삿대질, 고성 그리고 격려의 박수가 뒤엉켰습니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절대지존'에는 이토록 핏대를 세우며 싸우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 지키기에는 그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나라가 먼저 망할지, 지구가 먼저 망할지 모르겠다"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