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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조롱의 역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사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참사 피해자들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고 장례 절차에 돌입하고 있는데요. 끔찍한 참사 속에 또다시 유가족들 조롱하는 글이 게재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의사 커뮤니티의 끔찍한 인기 글'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논란의 시작은 2일 의사·의대생 전용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시작됐는데요. 관련 내용을 접한 글쓴이 A 씨가 젊은 의사 중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캡처 사진과 함께 '제주공항 참사에 대한 의사 커뮤니티의 끔찍한 인기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관련 내용을 폭로했습니다.

 

 

게시글에 올라온 커뮤니티 캡처 사진에는 제주항공 참사 관련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는 20대 유족의 인터뷰 기사였습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어머니를 잃고 사고 현장에서 '테트(의대 준비 시험)'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기사에 아들과 고인을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린 것입니다.

 

 

의대생들이 댓글 내용을 요약하면 정부의 의대증원 결정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피해자 유족이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휴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란 내용입니다.

해당 글은 "감귤 낳은 게 이미 죄",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다" 등의 고인을 모욕하는 내용입니다.

감귤은 수련병원에 복귀한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글에는 일부 자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에 반박하는 댓글도 달렸는데요. 이 글을 폭로한 A 씨는 "유족을 조롱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내부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며 "저런 사람이 의사로서 진료를 본다는 것이 끔찍해 널리 퍼져 유족을 조롱한 이들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비행기 조종사와 승무원에 대한 비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직후에 비행기를 조종한 기장과 부기장이 여성이라는 가짜뉴스가 올라왔는데요. 이 글은 한 때 다른 커뮤니티까지 번지면서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까지 이어졌습니다.

또 조종사가 '여성'이란 것에 주목하며 여성 혐오적 발언까지 일삼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019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일베 폭식투쟁 가해자 고소·고발을 앞두고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타깝게도 이런 글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는데요. 앞서 국내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희생자 및 유가족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행태는 계속됐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대표적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를 돌이켜보면 유가족들이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며 벌였던 단식 투쟁 앞에서 '일간베스트'란 커뮤니티 회원들과 당시 '보수논객'으로 불린 변희재 씨가 '먹방'을 하면서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한 장소에서 벌어진 참담한 행동에 대한 제재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은 그대로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무분별하게 전파됐습니다.

 

 

사건 후 유족들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조치를 했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명예훼손 등 사건 46건 중 41건이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명예훼손 사건도 지난 9월 기준 경찰에 총 43건이 접수됐고, 검찰에 17건이 송치됐습니다.

 

 

모욕 범죄가 인정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집니다.

또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형량이 더 세집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사후적 조치일 뿐입니다.

반복적인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은 물론 예방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가짜뉴스와 모욕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란 이름 아래 지켜보고만 있어선 안될 것입니다.

 

 



newstomato.com |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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