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해 공원으로 만든 '연트럴파크'처럼, 서울 서남권에서 동북권을 잇는 약 68㎞ 지상철도 구간 곳곳에 ‘제2의 연트럴파크’가 조성됩니다.

서울시는 지상철도 전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엔 대규모 녹지공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영등포역이나 신촌 기차역 등 역사는 문화·상업시설로 개발합니다.

역사를 땅 밑으로 내리고, 지상은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 (사진=서울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서울시는 시내 지상철도 구간의 94%인 67.6㎞에 달하는 선로를 지하화해 연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녹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면적은 122만㎡에 달하며 역사는 39개에 달합니다.

연트럴파크란, 효창공원앞역∼가좌역 약 6.3㎞ 구간에 조성된 공원입니다.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한 후 조성된 숲길이기도 합니다.

 

 

도시성장 이끈 철도 지상구간…제2의 연트럴파크로 

 

현재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철도 지상구간은 6개 노선(약 71.6㎞)으로 15개 자치구에 걸쳐있습니다.

한때 철도는 도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었습니다.

서울역, 영등포역과 같이 주요 역사 부근이 서울의 중심지로 성장한 배경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음과 진동 문제, 중심지와 생활권 단절, 주변지역 노후화 등의 부작용 탓에 되레 도시발전의 걸림돌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철도 지상구간은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서남권과 동북권을 관통하고 있어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철도 지하화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습다.

 

 

오 서울시장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서울에는 이미 ‘경의선 숲길’이라는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 사례가 있다”며 “일명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이곳은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하고 폐선 노선을 선형 공원으로 조성해, 서울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이로 인해 침체되었던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도심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철도 지하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서울 시내 총 122만㎡, 약 37만 평의 새로운 녹지가 조성돼, 서울 전역이 ‘정원도시 서울’로 변모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녹지가 더욱 시민들의 일상이 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등포역 일대 지하화 후 예상도. (사진=서울시)

 

노선별 지하화 추진 구간은 서빙고역을 중심으로 크게 경부선 일대(34.7㎞)와 경원선 일대(32.9㎞)로 나뉩니다.

 

세부적으로 경부선은 서울역∼석수역, 경인선은 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은 가좌역∼서울역 구간에 해당합니다.

효창공원역∼서빙고역을 잇는 경원선 일부 노선도 위치상의 이유로 경부선 일대 구간에 포함됐습니다.

또 경원선(서빙고역∼도봉산역), 중앙선(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망우역∼신내역)도 지하화를 추진합니다.

철도를 지하화하는 대신 선로 부지는 녹지로 조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서울시는 지하화 사업비를 총 25조60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경부선 일대 15조원, 경원선 일대 10조6000억원 등입니다.

면적 71.5만㎡에 달하는 역사는 매각을 전제로 업무·상업·문화시설로 개발하며 이를 토대로 사업비를 조달키로 했습니다.

예컨대 영등포역이나 신촌 기차역의 기존 역사를 없애고 대형 고층 빌딩을 짓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 상부공간 개발 이익은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발이익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시는 보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시민 여러분들께서 가장 크게 걱정하시는 부분은 아마 사업비일 것”이라며 “사업비는 상부 공간 개발 이익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추가 예산 소요 없이 사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 발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세훈 시장 "철도 지하화에 대한 시민들 염원 크다"

 

서울시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이 국토교통부 선도사업으로 선정될 경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중심지 위계에 따라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로 종상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 핵심 구간은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철도 지하화는 오 시장 선거 공약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역사를 지하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던 가운데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 용지 통합개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서울시는 선도사업지 선정을 위해 이번 계획을 국토부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면 2027년부터 사업 시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오 시장은 "서울은 그 어느 지역보다 철도 지하화에 대한 시민 염원이 크고, 지하화에 따른 변화와 발전으로 도시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도시"라며 "시민 생활을 개선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해 철도 지하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