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접어들면서 오랜 기간 기승을 부렸던 더위가 거짓말 같이 사라졌습니다.
선선한 날씨로 완연한 가을에 접어드는 느낌인데요. 다만 추석 이후까지 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가을다운 가을은 무척이나 빨리 지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특히나 가을 실종 현상이 뚜렷한데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일최저기온은 20.9도로,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9월 중 1위 기록입니다.
평균 일최고기온은 29.6도로 30도에 육박했습니다.
가을 더위가 극심했던 것인데요. 특히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중 76%에 해당하는 74개 지점에서 9월 기온 역대 신기록이 작성됐습니다.
폭염도 잦았습니다.
지난달 서울 폭염일은 6일이었는데요 서울에서 9월 기온이 관측되기 시작한 1908년 이래 9월 중 가장 많았습니다.
보통 가을 하면 ‘가을 태풍’이 떠오르는데 올해는 유독 ‘가을 폭염’이 부각된 셈입니다.
우리나라가 올해 가을 유독 덥고 습했던 이유는 이상 기후 때문입니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랜 기간 강하게 영향을 끼쳤고, 그 영향력 때문에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오던 태풍이 우리나라로 진출하지 못하고 고온다습한 열기만 공급했는데요. ‘가을 태풍’이 올해 없었던 이유기도 합니다.
에너지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가 기상청 등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236개 가운데 178개(75%)가 여름(6~8월), 55개(23%)는 가을(9~11월)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태풍에 의한 피해는 대부분 가을 태풍이었는데요.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끼친 것으로 꼽히는 2003년 ‘매미’도 9월에 발생한 태풍입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무더위가 오히려 태풍 피해를 줄인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하지만 올해 가을은 금방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을 시작일은 기상학적으로 일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일컫는데, 올해 가을은 이달 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가을 시작일은 9월 25일이었습니다.
이에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또 극한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봄, 여어어어름, 갈, 겨어어어울’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적어도 올해는 현실화 된 것 같아 다소 아쉽네요.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