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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지상과제 '개헌')①87년 체제 한계 극명…민주주의조차 위기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체제와 결별하라." 한계에 봉착한 87년 체제 극복이 지상과제로 부상했습니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입니다.

유신정권의 부정적 유산을 물려받은 87년 헌법은 △대통령 1인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 △5년 단임제에 따른 정치 불안 △정책과 이념이 아닌 지역으로 묶인 양당 체제 △총·대선과 지방선거 주기 불일치 △사회·경제적 민주화 조항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6공화국의 한계로 인해 기후위기를 비롯한 자치분권 등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번번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권력분산부터 저성장·양극화 극복, 빈부·젠더 갈등 해소 등이 7공화국 개헌 논의의 핵심 어젠다가 될 전망입니다.

 

 

87년 체제에 갇힌 대한민국

 

"22대 국회는 개헌을 성사시키는 국회로 나아가겠습니다.

"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열린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또 한 번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올해로 37년째를 맞은 '87년 헌법'이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옷임을 재차 강조해 왔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재차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인데요.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40살을 눈앞에 둔 낡은 헌법의 개정에 동의는 하고 있지만, 개헌의 내용과 시행 시기 등에서 이견이 나타나면서 그간 논의의 군불만 땐 채 결과물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 명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편은 물론, 저성장·양극화 극복, 저출생·기후위기 등 경제·사회적 조항에 폭넓은 개정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에 대한 결실을 얻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제헌절인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덕초등학교에서 2학년 5반 학생들이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태극기를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내빈으로 경축식에 참석한 정대철 헌정회장도 "87년 체제는 한계가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 헌법이 필요하다"고 개헌 필요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정 회장은 "국가 간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세계화·지방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헌법의 기본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개헌의 지향점도 짚었습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9차 개헌의 결과물입니다.

5공화국 종식의 결과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향하지요. 하지만 그 이후 우리의 개헌 논의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와 대통령의 의지 부족 등을 이유로 번번이 좌초했습니다.

설령 개헌의 첫 관문인 국회를 넘더라도 국민투표 등의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는 점 역시 개헌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개헌 기회를 놓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개헌은 여전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난 40여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면에서 격변이라 불릴 만큼의 큰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헌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인구위기, 인공지능(AI) 등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헌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개헌은 국민의 삶이 향하는 길을 만드는 일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우 의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7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정세균 ,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헌 골든타임 실기 땐 '구체제' 연장 

 

역대 국회의장들과 마찬가지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우 의장은 의욕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들어가기 전 개헌을 마무리하자는 목표 아래,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인데요. 원포인트  개헌, 부분 개헌, 전면 개헌, 즉각 적용, 차기 적용, 총선과 대선이 일치하는 2032년 적용 등 개헌을 둘러싼 여러 주장에 대해서도 "다 열어놓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합의하는 만큼 하자"고 요청했습니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도 발족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헌 대화'를 하자고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럼에도 익을 대로 무르익은 개헌 논의가 과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개헌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권력구조의 개편조차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이원집정부제 등 대안이 제각각인 데다, 사회·경제적 민주화 등 정치 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들에서의 의견 수렴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개정 자체가 너무 어렵게 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개정의 절차를 합리적으로 바꾼다든지, 실질적인 내용의 구현과 형식적 절차를 보다 상세하게 만드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그는 또 "헌법이 제약하는 폭은 굉장히 넓어야 한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포함하면서 보편적인 가치들을 담아내는 문장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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