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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시론)빠를 배척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 이재명대표 테러 사건은 자신의 정치적 혐오감을 살해시도로 옮긴 극단주의자의 범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테러자는 벌이 클 것을 알면서도 경찰에서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살해 의도를 밝힌 것이다.

우발범행이 아니라 확신범행이라는 얘기다.

이런 테러의 기저에는 정치적 반대파를 악마화시키는 극단성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번 테러는 우리 사회의 정치극단주의가 단순한 ‘주의(主義)’를 넘어 실행단계에 와있음을 증거한다.

해방공간 백주 테러가 재등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양극단 빠는 열린사회의 훼방꾼을 넘어 공격자다.

빠는 토론과 비판을 질식시킨다.

빠는 속성상 특정인에 대한 무비판적 숭배로 치닫게 돼 있다.

그게 빠를 배척해야 하는 이유다.

빠의 가장 큰 특징은 “나는, 이 정도는 빠가 아니라 열성 지지”라고 굳게 믿는다는 점이다.

그게 빠에 대한 담론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담론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대표적 공간으로 극단 유튜버를 들 수 있다.

유튜버들은 역치가 계속 높아지니 단말마적 언설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수용자들은 순간의 감정배설같은 ‘정치적 쾌락’을 위해 수퍼챗을 쏜다.

유튜브 운영자들은 팩트 확인 없이 마음대로 지껄이며 ‘방송’이라 참칭한다.

맹목을 강화하며 ‘함께 수준 떨어지기’의 신기록을 매일 갈아치우는 곳이 유튜브란 공간이다.

실례를 보자. 1월 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서울대병원 점령한 유튜버들, 곳곳 휘저으며 생중계> 제하 기사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구독자 10만명의 유튜버는 한 시청자가 채팅창에 반대 의견을 남기자 ‘너 발암(암유발자)이야?’ ‘너 몇 살이야’  ‘창자를 뽑아서 줄넘기를 해야겠다’고 소리쳤다.

또 다른 유튜버는 ‘오늘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정이 오후 5시쯤 있는데 오후 4시 정도에 방송을 켜겠다’며 ‘그때 한동훈을 박살 낼 테니 한동훈 털러 가는 방송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수퍼챗(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을 쐈다.

” 눈을 의심할 정도의 언어폭력이 난무하는데, 극단 유튜브에서 이 정도는 일상이다.

좌우 극단 유튜버들은 백해무익이자 만악의 근원이다.

이들을 이대로 두고 민주주의나 통합을 얘기하느니, 차라리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는 게 낫다.

사회통합 차원이건, 유언비어 대응 차원이건, 허위뉴스 추방 차원에서건 이들에 대한 조치가 절실하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유튜브를 예로 든 것이지, 극단 유튜브만 제어하면 극단주의가 해결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진영 간 관점과 주장이 너무 다른 데다 극도로 달궈져 있기에 토론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버렸다.

사생결단 선거에서는 무조건 이기는 게 최고라고들 한다.

사생결단으로 인식하는 게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기기 위해 토론 자체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폭력이자 전체주의다.

상황이 이러한데, ‘빠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비판이나 통탄은 순진하거나 안일하다.

위험이 오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와있다.

 

 

증오밖에 없는 그룹 간 대립을 대화로 되돌리는 것은 팩트다.

주장끼리는 판가름이 안 되기 때문에 팩트에 기댈 수밖에 없다.

누구나 팩트 앞에 겸손하고 정직해야 한다.

입맛에 맞는 팩트만 취사선택하는 것은 왜곡이자 조작이다.

사람이나 진영별로 원칙과 상식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팩트에 근거할 때 주장하는 원칙이나 합리, 상식이 그나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양극단에 대한 비판을 '회색'이라 공격하는 것 역시 폭력이다.

어느 진영이든 자신들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으로 몰고 조리돌림해대니 다수는 질려버리고 아예 눈을 감는다.

극단을 경계하며 합리를 모색하고 사안별로 판단하려 애쓰는 것을 회색분자로 모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파시즘)다.

‘특정 진영이나 특정인에 속해야 선명하고 충성스러운 것’이라는 언행은 전시에 횡행하는 집단최면이자 광기에 가깝다.

문죄인, 문재앙, 이찢, 홍어, 굥, 전라디안, 문디…등의 멸칭은 단순한 멸칭을 넘어 증오와 공격을 정당화하는 구호이자,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신분증’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증오가 시작됐다.

 

 

한가한 공맹(孔孟) 말씀이라 하겠지만, 다시 그 공맹으로 돌아가야 한다.

합리성을 고민하고, 최대공약수를 찾으려는 자세와 노력은 언제라도 보호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다.

기본권은 말 그대로 생존 필수조건이다.

그 기본권을 훼방하는 일체의 언행은 폭력이다.

생각이 다르면 “수박”이라 멸시하고 공격하는 그룹과, “홍어”라며 특정 그룹을 공격했던 무리에게는 다음의 공통점이 있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공격한다는 점과,

●특정인-특정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숭배한다는 점이다.

두 집단 모두 민주주의를 질식시킨다.

번거롭지만 부연한다.

그 두 집단의 공통점이 그렇다는 것이지, 사상적 배경이 똑같다는 것은 아니다.

토양이 같다는 것이니 “똑같게 취급했다”고 오독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부연이 필요한 것 역시 전체주의적 분위기 때문이다.

히틀러나 제국주의 일본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전체주의는 공동의 악이다.

악은 씨앗 단계에서 제어해야 한다는 게 역사의 처절한 교훈이다.

우리 눈앞에 이미 그 악의 씨앗이 활개 치고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newstomato.com |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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