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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IT "게임은 검열됐잖아요?"…'계엄'은 다릅니다!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표현의 자유를 잃을 뻔한 매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업계는 물론 게이머 사이에서도 "검열은 지금도 받고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는데요. 조금만 살펴봐도 현행법에 따른 게임물 관리와 계엄은 확연히 다르다는 게 법조계 설명입니다.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의 '계엄에 관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야기' 영상에 달린 댓글. (이미지=유튜브 캡처)

 

온라인 게임 소통도 검열 가능

 

이달 3일 계엄사령부는 '모든 언론과 출판'에 대한 통제를 포고했습니다.

이에 본지는 포고문에 적힌 '모든' 출판물에 게임이 들어간다는 학계 설명을 5일 소개했습니다("계엄, 게임 속 '표현의 자유'도 위협할 뻔").

 

이번 계엄은 45년만에 발동돼, 게임 검열에 대한 선례가 없습니다.

다만 게임은 표현을 담은 출판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엄사 검열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우선 게임은 헌법상 출판물에 해당합니다.

현행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출판법)은 음반·비디오·게임물 등을 출판 및 간행물로 보지 않지만, 헌법 21조가 자유를 보장한 '언론·출판'은 국민의 표현을 총칭하므로 게임도 포함됩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판법과 헌법상의 출판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헌법상 출판에는 모든 퍼블리쉬가 해당된다"며 "사람들이 언론·출판이 방송·신문·잡지만 해당된다고 오해하는데, 우리나라 헌법에서 언론·출판은 하나의 '표현'으로 함께 묶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스토리가 있고 정치적 메시지도 담길 수 있다면, 게임이 언론·출판에 포함돼 계엄사에 의해 통제됐을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온라인 게임 내 게이머 간 소통이 검열 대상에 포함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2항에 따라, 계엄사가 온라인 게임 내 채팅을 걸고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데 게임계 일각의 표정은 담담합니다.

'계엄은 이미 일상'이라는 인식 때문인데요.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채널도 7일 계엄이 게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다뤘지만, "계엄이어도 지금과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게임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 등급 분류와 계엄에 따른 계엄사 검열은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물에 등급을 매깁니다.

등급을 주지 않는 식으로 유통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같은 법 제32조 제2항 제3호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제작 또는 반입을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계엄사는 '모든 출판'을 통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근거가 전혀 다릅니다.

 

처벌 과정과 내용도 차이가 큽니다.

게임산업법은 해당 제작·반입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반면, 계엄사는 포고령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 할 수 있습니다.

계엄사령관 조치에 따르지 않거나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엄, 선정성 아닌 '사상' 검열

 

게임산업법 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하는 이철우 변호사는, 기존 검열과 계엄이 "정말로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통한 사실상의 검열은 게임물의 내용이 '선정적·폭력적·사행적'인지를 기준으로 이뤄지지만, 계엄사령부 검열단에 의한 검열은 '정치적 의견이나 사상을 담은 표현'을 문제로 삼기 때문에,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장인물 '볼진'은 대족장 가로쉬에 대한 저항 세력을 결집했고, 슈터 '크라이시스'는 북한군을 다뤘고, 섬나라를 통치하는 '트로피코', 하다못해 전략 게임 '슈퍼파워2'도 정치적인 요소가 있어 많은 게임이 계엄 시 검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그런 게임이 아니더라도 게이머들이 메타버스나 게임에서 주고받는 말, 게임 내 광장에 모여 정권 퇴진을 외치는 행동 등이 검열 대상에 오를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농담으로라도 계엄에 따른 검열이 더 낫다고 여길 일이 아니"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구성요소로서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 불가결인 기본권으로, 통상 표현의 자유보다 더 강력한 보호의 대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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