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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IB토마토]ABL생명, 후순위채 추가 발행 결정…미매각 '악몽' 넘을까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7: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ABL생명이 이달 초 후순위채 전액 미매각 사태에도 불구하고 추가 발행을 준비 중이다.

발행금액도 최대 두배로 늘린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 개선이 목적인데, 금리 환경이나 제도적 여건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직전 발행에서 전액 미매각이 발생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대 2000억원 규모…K-ICS 방어 목적

 

26일 생명보험협회 수시 공시에 따르면 ABL생명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공모 방식이며 발행 5년 이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 외 금리 수준이나 구체적 발행 예정일 등 다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자본성증권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발행한 금액만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을 올리기 위해 적극 활용하는 수단이다.

 

 

ABL생명은 이달 초에도 제4회차 후순위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바 있다.

올 3분기 기준 K-ICS 비율은 경과조치 후 추정치가 152.0% 정도다.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자본확충 효과까지 고려하면 161.5%까지 상승할 것으로 계산된다.

경과조치 후 기준이긴 하나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어서고 있다.

 

다만 올해 4분기 이후부터 K-ICS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시행한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계리적 가정 조정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되는데, 이는 보험계약마진(CSM)을 감소시켜 K-ICS 비율을 떨어뜨린다.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해당 영향이 K-ICS 비율 18%p 하락으로 거론된다.

 

새해에는 경제적 가정인 보험부채 할인율 기준도 추가로 강화되는데, 이 역시 보험부채를 늘려 K-ICS 비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ABL생명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 유인이 높은 상황이다.

 

앞선 발행서 전액 미매각…발행 시기 ‘고심’

 

이번에 내놓는 후순위채 역시 공모로 발행하는 만큼 미매각에 대한 부담이 따르고 있다.

앞서 ABL생명이 발행한 1000억원 후순위채는 수요예측에서 전액 미매각되는 참사가 났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한 곳도 매수 주문을 넣지 않았다.

 

당시 공모희망금리 밴드는 연 4.9%에서 5.4%였는데, 수요예측 부진으로 발행금리가 최상단인 5.4%에서 결정됐다.

미매각된 채권은 대표 인수인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액의 0.3%를 대가로 가져갔다.

불가피하게 추가 비용을 인식한 셈이다.

인수수수료 3억원까지 더해지면서 발행제비용만 6억원 넘게 들어갔다.

 

ABL생명은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이자 지급도 매 1개월로 설정했다.

통상 분기마다 지급하는 것과 달리 일시를 앞당기고 횟수도 늘린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사진=ABL생명)

 

ABL생명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현재 A급이며 등급 변동 전망(Outlook)은 ‘상향’ 검토로 긍정적인 상태다.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으로 높진 않지만 미매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지도 않다.

지난 9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제3회차 후순위채는 기관투자자 20곳이 매수 주문에 참여해 총 2230억원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제4회차 발행까지인 3개월 사이 미매각이 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해당 기간 ABL생명 관련 이슈로는 매각 건이 있었다.

ABL생명은 동양생명(082640)과 함께 패키지로 묶여 우리금융지주(316140)에 팔리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다만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불거지면서 매각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3분기 실적(영업이익 965억원)의 경우 전년도 대비 개선되는 양상이라 오히려 긍정적인 환경이었다.

 

증권사 한 크레딧 연구원은 <IB토마토>에 “공모사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면 실적이 나빠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기업가치에 의심이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면서 “외부 이슈도 영향이 있을 텐데, 기관투자자가 헤드라인 리스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설명했다.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 발행에서도 미매각 우려가 따르는 상황이다.

K-ICS 압력을 고려하면 빠르게 추가 발행에 나서야 하지만 시장 평가가 회복되는 때를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4분기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거나 매각에 진척이 있거나 하는 등이다.

 

ABL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이사회 결의까지만 나온 상황”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newstomato.com | 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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