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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시론)비극이 정치권에 주는 힘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비상계엄의 충격과 탄핵 정국에 여객기 참사까지 겹쳐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새해는 국민들의 일상이 회복하고 민생정치와 국가안보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은 분열된 정치공동체의 적대감정을 순화시켜 국민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화합의 장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우선 관용과 절제로 정쟁을 일삼는 극단적인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를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 비극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정화하여 화해, 공존, 공화정치를 회복시켰는지에 대해 영감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스 시민들은 왜 민주정치가 가장 발전한 최고 전성기에 비극공연 관람에 열중했을까? 핵심적으로 비극은 그리스 시민들에게 공포와 연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줌으로서 민주정치를 유지하는 데 활력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감정의 정화를 통해 절제와 자제 그리고 포용과 공존으로 표현되는 공화정신을 일깨워서 민주정치가 오래 지속되도록 했다.

 

아테네 귀족과 시민간의 계급갈등이 고조되어 정치공동체가 망국의 딜레마에 빠져들었을 때, 소포클레스는 원형극장에 비극을 올렸다.

그의 작품 중 ‘오이디푸스 왕’은 유명하다.

오이디푸스는 왕이었지만 친부를 죽이고 어머니와 근친상간하는 가혹한 운명에 맞서 자기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었다.

그는 왕을 버리고 이 도시 저 도시 이 나라 저 나라 떠도는 외롭고 배고픈 방랑길을 선택했던 인물이다.

 

오이디푸스는 가혹한 운명에도 자결하지 않고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깨닫고 다시 아테네로 돌아왔다.

그는 아테네만이 자신을 죽이지 않고 포용해줄 만큼, 인간의 유한성, 불완전성, 연약성을 알아주는 따뜻한 도시였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그는 아테네 정신이 용서, 화해, 공존임을 깨닫고 이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기 위해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기까지 했다.

 

그리스 비극은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지 자신은 물론 관객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스 시민들은 한 인간이 권력욕, 탐욕, 정욕에 지배되면 교만, 방탕, 질투에 사로잡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고 보았다.

 

비극 작품에 열중한 그리스 시민들은 자신의 한계를 위반하는 것을 휘브리스(hubris), 즉 오만이라고 봤다.

보통 휘브리스는 타인에게 고의로 수치와 불명예를 안기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본질적으로 신에 대한 무례를 말한다.

공연을 통해 비극적 삶을 본 그리스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처지와 삶을 음미하면서 귀가하였다.

 

 

시민들이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공통경험이자 사회적 자본이었다.

아테네가 막대한 경비를 들여 비극 공연을 보여준 것은 왜 일까? 그것은 공포와 연민을 통한 카타르시스 효과 때문이다.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귀족과 시민의 정쟁과 갈등이 민주정치를 파괴하지 않도록 둘 간의 적대감정을 순화시키는 정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절제와 자제의 미덕 그리고 포용과 공존의 정신을 일깨워서 민주정치를 수호하는 데 계급화해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공화정신이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시민들은 한치 앞도 모르는 운명에 대한 공포, 비극적 삶에 대한 연민이 필요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용서, 화해, 공존의 정신을 일깨우면서 민주정치의 정쟁성을 완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영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비극관람을 통한 감정정화와 공화정신이 발현되었기에 그리스 민주정치는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여야 정치권도 정쟁이 빚은 비극적 상황을 인정하고 적대감정에 대한 정화활동에 나서야 한다.

비극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 불완전성, 연약성을 깨닫고 국민들이 용서, 화해, 공화정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newstomato.com |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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