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한숨 돌린 민주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결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특히 애초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 재표결을 목표로 했지만 이 대표의 무죄 선고 이후 재표결 시점을 다음 달 10일로 전격 수정했는데요 '김건희 리스크' 후폭풍에 따른 영향으로 여당 내 이탈표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최소 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민주당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도록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시간 벌기'…'특검 거부' 후폭풍 극대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의 본회의 재표결을 다음 달 10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서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되돌아왔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추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12월10일까지인데 12월2일, 4일, 10일 (본회의) 일정을 잡았다"며 "세법과 예산안 관련해선 국회법에 따라 12월2일로 잡았고 그날 검사 탄핵안 보고가 있을 예정이다.
김 여사 특검과 관련한 재의결은 정기국회의 마지막 날인 12월10일에 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오는 28일 재표결에 나서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 이후 재표결 시점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28일 또는 다음 달 2일이나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재표결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요. 이후 박 원내대표가 추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제안하며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당이 재표결 시점을 미뤄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에 따른 여권의 민심 악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이 극에 달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대표의 무죄로 명분이 생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여 공세를 고삐로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2년 반 동안 25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며 "이승만 이후 최다, 최악의 기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죄를 지어 특검을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이 이를 계속 거부하는 건 범죄를 자백하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 부결시 4번째 특검법 재발의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부결시키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한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앞세워 '부결 단일대오'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민주당은 반드시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켜 지난번보다 더 많은 여당의 이탈표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민주당이 다가올 재표결에서 매직 넘버인 '8표'만 국민의힘에서 이끌어내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다만 이전까지 진행된 2차례 특검법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 8표를 이끌어내지 못해 해당 법안은 모두 폐기됐는데요. 앞서 야권 주도로 지난 2월29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나섰지만 투표 결과 재석 281인 중 찬성 171인, 반대 109인, 무효 1인으로 부결됐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습니다.
또 지난 10월4일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당시엔 재석 300인 중 찬성 194인, 반대 104인, 기권 1인, 무효 1인으로 국민의힘에서 4표의 이탈표가 발생해 여당이 발칵 뒤집혔지만, 역시 재의결엔 이르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3번째 재표결에서도 무위에 그칠 경우, 4번째 특검법을 재발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되면 내년에도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주용·차철우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