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올해 식품·유통기업 인사에서 오너가(家) 3·4세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1980~1990년대생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이들에게 신사업이나 핵심 사업을 맡기며 기업들이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인데요. 경영 시험대에 오른 오너가 자제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하반기 정기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농심 인턴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농심 경영기획실 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입사 1년 만인 2020년 대리 승진 후 2021년 경영기획실 부장과 2022년 구매실장 상무를 거쳐 올해부터 미래사업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농심은 신 전무 승진에 대해 "농심의 글로벌 비전 달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음료 마케팅 담당 과장도 상품마케팅실장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신 상무는 1988년생으로 2022년 농심에 경력 입사했습니다.
웰치 브랜드의 성장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농심은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과 신동원 회장에 이어 그의 자녀들로 이어지며 3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농심에서 신 전무는 승계 1순위로 거론됩니다.
신 전무는 농심 지분 3.29%와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 1.4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농심을 비롯해 국내 대표 라면기업인 오뚜기와 삼양식품에도 오너가 3세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뚜기에서는 함영준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인 함윤식 씨가 2021년 오뚜기에 입사해 경영전략 파트에서 일하고 있으며, 장녀 함연지 씨는 남편과 함께 오뚜기아메리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경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이 지주사에서 전략총괄과 삼양식품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전 본부장은 올해 인사에서 유임됐습니다.
(왼쪽부터)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 겸 화학2그룹장,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 서비스 유닛장(부사장). (사진=각 사)
경영 보폭 넓히고, 세대교체 전망도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이 화학2그룹장을 겸하면서 경영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최근 삼양그룹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화학그룹을 1·2그룹으로 분리했는데, 화학2그룹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 전문기업 등 고기능성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로 구성됐습니다.
김 사장은 1983년생으로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해 해외팀장, 글로벌성장팀장과 삼양홀딩스 Global성장PU(Performance Unit)장, 경영총괄사무 및 휴비스 미래전략주관(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전략총괄 사장으로 선임됐습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GS그룹 오너가 3세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하고 오너가 4세 허서홍 경영전략 서비스 유닛장(부사장)이 대표 자리를 맡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사는 오는 2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허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입니다.
1977년생인 허 부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GS홈쇼핑에 입사했습니다.
GS에너지와 GS를 거쳐 지난해 GS리테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밖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오리온그룹 3세인 담서원 상무 등이 중책을 맡고 있죠. 회사마다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해외 유학 후 기업 입사와 초고속 승진은 승계를 위한 공통분모로 여겨집니다.
이 같은 총수 일가의 경영은 '책임 경영'이라는 명목 아래 신사업 등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젊은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오너가 자제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점도 사실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업황의 급변과 함께 시장 분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오너가 3·4세의 경영 본격화 움직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요즘 오너가 자제들은 일찌감치 해외에서 다양한 학위와 경력을 쌓거나 다양한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한 소통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며 과거와의 차이점을 짚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