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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세종호텔 부당해고 3년…차디찬 겨울의 농성장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한 차례 폭설이 내린 이후 서울시 중구의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명동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3평 남짓의 천막이 보였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꽁꽁 언 손을 녹이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세종호텔 앞 농성장입니다.

세종호텔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을 일한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며칠 뒤면 꼬박 3년이 됩니다.

 

3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의 농성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호텔에서 조리·서빙·환경관리 등의 업무를 한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이던 지난 2021년 해고됐습니다.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이유로 11월 해고예고 통지를 했고, 그해 12월10일과 이듬해 2월2일에 조합원들을 해고한 겁니다.

 

 

해고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며,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불복한 해고자들은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사측이 노동자를 해고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으며 민주노조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해고대상자 선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해고자들은 즉각 항소했지만, 2심도 1심과 똑같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해고자들은 대법원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이 농성장에서 <뉴스토마토>를 맞이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농성장 현장에서 고진수 노조 지부장을 만났습니다.

농성장은 집회를 위한 피켓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가스난로와 핫팩으로 겨울을 버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쪽에 가득 쌓인 이불들을 가리켰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은 고 지부장은 "힘든 게 사실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니 더욱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는 "2014년에는 250명 가까이 정규직이 있었다.

코로나19 시기에 5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받은 뒤 50여명만 남았다.

사측은 그 가운데 12명의 민주노조 조합원만 콕 집어 정리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명건씨가 주범이다.

그 사람이 회장으로 오면서 정규직을 줄이고 하청 외주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게 됐다.

이 모든 상황을 주명건씨가 조정하고 있다는 것은 구성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당연히 복직될 것이다.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리해고 관련해서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난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도 "사법부의 구태의연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말하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호텔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등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해고한 사람들을 먼저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호텔 건물 측면에 놓인 피켓들. (사진=뉴스토마토)

 

고 지부장은 "시민들이 연대해 주시는 그 힘으로 지금까지 싸워왔다.

매주 목요일에 세종호텔 앞에서 집회를 한다.

공동대책위원회에도 70여개 단체들이 함께해주고 계시다.

저희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복직은 시간문제일 뿐 당연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20여년간 호텔에서 근무하며 일하는 게 꽤 즐거웠다.

그런데 앞으로 일할 분들은 불안한 고용 형태에 힘들어할 것 같다.

앞으로 누가 오더라도 즐겁게 일하고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꿈도 전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newstomato.com | 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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